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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 어떻습니까?] 금태섭 더민주 의원 대표발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안'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표현의 자유 촉진" vs. "사이버폭력 양산"
‘표현 자유’‘명예보호’ 차원.. 법조계 폐지 찬반 엇갈려
"폐지 안할땐 비판 위축" "인터넷서 모욕글 감소"

[이 법안 어떻습니까?] 금태섭 더민주 의원 대표발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안'

"이런 애비애미도 없는 녀석." "저 사람, 예전에 성폭행범으로 처벌받았잖아."

[이 법안 어떻습니까?] 금태섭 더민주 의원 대표발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안'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명예훼손일까? 당신이 '애비애미가 없고' '성폭행범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다. 올 2월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상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을 규제해 개인의 인격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적시할 경우라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과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권력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크다. 이런 가운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담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구갑.사진)은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고 명예훼손죄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개정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형법은 허위사실은 물론 사실을 적시하거나 모욕을 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벌하게 돼 있다.

이로인해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인 활동, 공직비리 등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제시와 비평, 여론형성이 어렵다는 게 금 의원의 주장이다. 최근 늘어나는 사이버 명예훼손은 개인간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 의원은 "세계 많은 나라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엔 인권위원회는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 1944명의 의견을 물어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9%인 970명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3.23%(646명)는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16.46%(320명)는 형사처벌을 유지하되 법정형을 벌금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각각 밝혔다. 폐지와 유지.보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법조계서도 찬반 '팽팽'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두 가지 가치, 즉 '표현의 자유'와 '명예의 보호'가 부딪히는 지점에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에선 이 법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건전한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 법학연구소 조현욱 교수는 "사생활 보호 역시 중요한 가치지만 그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더 크다고 본다"면서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사회적 고통 등은 민사소송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비범죄로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경북대 법학과 신평 교수는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우리나라 언론자유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어느 법제 영역이든 세계적인 조류에 뒤떨어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실이라도 그 내용이 당사자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명예훼손이 늘면서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는 예외로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 소속 김병익 변호사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모욕과 명예훼손이 쏟아지는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더욱 엄벌해야 하는 상황에서 죄를 없애면 어쩌느냐"면서 "사실로도 남의 명예는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 만큼 현행법상으로도 지켜지리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정통망법 개정도 뒤이어야"

일각에선 형법 개정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상 명예훼손죄를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없는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광운대 법학과 박상열 교수는 "SNS의 발달로 명예훼손죄 상당수가 정통망법 위반으로 적발돼 (형법 개정이) 효용 가치가 없을 것"이라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일반적인 생각과 유리돼 있기는 하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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