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에서 끊긴 트럼프와의 인연..韓 기업 트럼프 인맥 구축 '비상'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재계는 곧바로 '트럼프 인맥 구축'을 위한 전사적인 네트워크를 총동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관계와 마찬가지로 재계도 과거 대우그룹을 제외하면 트럼프와 인연이 거의 없어 한국 기업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트럼프 측과의 직접 교류가 있는 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단에 포진한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는 인연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퓰너 전 이사장은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트럼프 캠프의 거의 유일한 친한파로 분류된다. 그는 1971년 방한한 이래 매년 2~3회 한국에 왔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국내 재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퓰너 전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막역했고, 박근혜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
재계의 소문 난 미국통이기도 한 김승연 회장은 지난달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퓰너 전 이사장을 만나 환담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 간 경제 현안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또 과거 대우그룹과 인연이 있다. 1997년 당시 대우그룹의 건설회사였던 ㈜대우의 건설 부문(현 대우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와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에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했다. 지하 2층, 지상 70층에 376가구 규모의 최고급 콘도미니엄(분양 아파트)과 헬스클럽, 고급 식당 등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2억4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성공적인 분양으로 트럼프와 대우건설 모두 순익을 챙겼다.
대우건설은 외환위기 중이던 1999년 부유층을 겨냥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다른 회사 주상복합과 차별화되면서 고객의 관심을 끌 만한 이름을 찾던 중 한 임원이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와 직접 협상을 벌여 대우건설이 '트럼프'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지어진 아파트가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아파트다. 해외 기업이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여의도 트럼프월드가 처음이다.
대우건설은 트럼프월드 1차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000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체육관 부지에 대우 트럼프월드 2차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서울 용산구 한강 대우 트럼프월드 3차(2001년 분양),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003년), 부산 트럼프월드 마린(2004년), 대구 트럼프월드 수성(2004년), 부산 트럼프월드 센텀2차(2004년)까지 총 7개 프로젝트에서 트럼프 이름을 사용했다.
대우건설은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사업으로 도널드 트럼프 측에 총 84만 달러를 주는 등 7개 사업장에 대해 총 600만∼700만 달러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6월 대우그룹의 초청으로, 1999년 5월에는 여의도 트럼프월드 1차 분양을 홍보하기 위해 두 차례 내한하기도 했다.
두번째 방한에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면이 있다. 기회가 되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실제 투자한 사례는 없다. 5년간 대우건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만 받은 게 전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을 가진 재계 쪽 인사는 특별히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며 "이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접촉을 늘려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