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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 어떻습니까?]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대표발의 '퇴직공무원 사회봉사법'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퇴직해도 봉사자" vs. "법안 전제부터 오류"
공직 경험은 사회적 자산.. 지나친 영리추구, 비판대상
차관·기관장급 재취업 땐 사회기여 실적 반영해야

[이 법안 어떻습니까?]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대표발의 '퇴직공무원 사회봉사법'
[이 법안 어떻습니까?]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대표발의 '퇴직공무원 사회봉사법'

경제부처 차관을 지낸 A씨는 과거 공직시절 실력과 품성을 모두 갖춘 인사로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는 퇴직 후 수년간 별다른 일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로펌행을 택했다. 이유인 즉슨 "장관이나 기관장으로 가고자 사외이사 자리도 뿌리쳤었는데, 소위 정권으로부터 콜(제의)이 없어 기다리다 지쳤다"는 것이었다.

A씨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들의 시각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꼭 거수기 노릇밖에 못하는 사외이사나 로펌으로 가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퇴직 공무원들의 로펌행이나 사외이사행은 반드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더구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엄연히 인정되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질 않나.

그러나 그간 켜켜이 쌓인 공직사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과 고액연봉의 사외이사.로펌 고문 등에게 주어지는 현실적인 역할들을 살펴보면 결국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해 2만명 안팎의 공무원이 퇴직한다. 그중 고위공무원(2급 이상)퇴직자는 0.01%, 200여명 내외다. 고급 인재시장에서 선두에 서 있는 이들은 정부나 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적 실력자들인 셈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퇴직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생 2막을 국가적으로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란 얘기다.

■"사회기여 실적 없으면 차관급 추천 불가"

최근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흥미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사회봉사 실적이 없는 공무원은 차관급 이상 공직이나 공기업 기관장에 추천할 수 없으며, 고위직뿐만 아니라 일반 퇴직공무원이 공직에서의 경험을 살려 사회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퇴직공무원의 사회기여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다.

다시 말해 사회기여 활동 실적이 없는 공무원에게는 중앙부처 차관급 공직이나 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장으로 추천받을 수 없게 하는 등 불이익을 주게 한다는 것이다. 가급적 퇴직후 '휴지기' 동안 로펌이나 사외이사 대신 '사회봉사'를 하라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황주홍 의원은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됐음에도 일부 공무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다 퇴직 이후 산하기관 재취업을 통해 개인의 영리활동에 치중해 비판받고 있다"고 말하고 "퇴직공무원들이 공직에서 습득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은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라며 "퇴직공무원의 사회기여 활성화를 통해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공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에선 행정자치부 장관(법안에선 이렇게 표기했으나 인사혁신처 장관이 맞음)이 5년에 한 번씩 퇴직 공무원의 사회기여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매년 주요 시책을 시행하도록 제시했으며 차관급 임용시 요구되는 사회기여 실적의 기간과 내용 등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공무 담임권.평등권 침해 소지 지적도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법안 곳곳엔 위헌적인 부분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이나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헌법상 평등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가령 차관급 이상의 자리가 있을 때 민간 경력자에겐 요구하지 않는 사회기여 실적을 퇴직 공무원에게만 요구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무담임권 침해 소지 역시 거론된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과 다르게 퇴직공무원에게만 사회기여 활동 실적을 요구하는 게 타당한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퇴직공무원이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자는 의도에는 공감하나 봉사실적이 있어야 차관급에 임용할 수 있다는 식은 시대에 역행하는 구상"이라며 "민간의 우수한 인재들에 대한 공직진출의 기회를 열어야 하듯 공직의 우수한 자원들을 역시 민간으로 진출시키는 쌍방향 교류가 이뤄져야 하는 게 새로운 시대 흐름 아니냐"고 말했다.

또 일부에선 공무원이 헌법상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나 퇴직 이후에도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어야 한다는 법안의 취지나 전제 자체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앙부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시 이전, 연금 축소, 공직자의 권한 감소 등으로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 봉사와 사회적 책임만 강요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는 말했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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