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대 목소리 내기 힘든 공청회
"정말 이쯤 되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상장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최근 1개월간 수차례 세미나, 공청회 등에 참석해 기업 입장을 설명하고 토론을 했다. 회계감사보수 현실화, 외부감사인 지정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등 주제도 다양하다.
최근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이 잇따라 발생하고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오면서 해당 내용을 주제로 한 행사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일단 행사의 목적은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언제나 외로운 싸움이다. 항상 도입을 추진 중이거나 개선 중인 어떤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 얘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어요. 행사를 주최하는 쪽에서도 결국은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라다보니 반대쪽은 보통 한 명만 부르더군요."
그는 지난달 진행됐던 지정감사제 관련 세미나를 떠올렸다.
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외부감사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갑을관계'로 불리는 기업과 감사인 간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지정감사와 자유선임제를 합한 혼합감사제가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정제도를 통해 현재보다 감사환경이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 역시 만능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제도를 가지고 일단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회계부정의 1차적 책임은 물론 기업에 있지만 회계법인 역시 관리부실의 책임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회계사들이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부적정, 의견거절 등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얘기를 끝난 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당장 세미나에 참석한 일반 청중들도 대부분 회계사나 회계업계 사람이다보니 호응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의 담당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며칠 후 예정된 기업지배구조 관련 세미나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email protected] 김영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