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아직도 ‘학력’ ‘스펙’에 연연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직무 중심 NCS 도입 불구 신입 채용 10곳 중 8곳이 이력서에 학력 기재 요구
자격증은 10곳 모두 요구.. 심지어 경력.경험 기재란도

공기업, 아직도 ‘학력’ ‘스펙’에 연연

공공기관들이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표방하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신입사원 채용시 '학력'과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이 지난해 9~10월 채용이 진행됐던 공기업 10곳을 분석한 결과, 8곳이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기재하게 했다. 출신 학교명까지 기재하는 곳은 6곳(60%)이었고, 학교의 소재지를 요구하는 곳도 7곳(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주간.야간 또는 본교.분교 등의 세부사항을 요구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출신학교 기재란이 없더라도 졸업 및 성적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제출하도록 해 간접적으로 출신학교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울산항만공사의 경우 학력 기재란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최종학력의 성적을 입력하게 함으로써 학력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학력, 출신학교 외 지원자들의 스펙기입을 관행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인 10개 공기업 모두 자격증 기입란이 존재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자격증 기입란 제한을 두지 않아 지원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부 공기업은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소수만 기입하도록 해 꼭 필요한 스펙만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한석탄공사는 서로 다른 분야의 자격증을 최대 2개까지만 인정했고, 한국수력원자력도 직무와 관련된 핵심 자격증을 기준으로 최대 3개까지만 기재하라고 명시했다.

10곳 모두 신입채용임에도 직무관련 경력이나 경험을 기재하는 란이 존재했다.

더불어 교육사항 기재란(8곳)도 중요하게 다뤄졌고, 학점(5곳), 어학성적(2곳), 수상경력(1곳), 봉사활동(1곳) 등의 기입이 의무인 곳도 상당수였다. 어학연수 등 해외경험을 묻는 곳은 없었다.

최근 스펙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채용관행의 변화를 시도하는 공기업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학력과 출신학교로 차별하면서 고용정책 기본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학력과 출신학교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 등 24인은 공공기관의 모집.채용 과정에서 학력증명서 등 학력이 기재된 자료의 제출을 금지하는 '공공기관의 학력차별금지 및 기회균등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공기업의 NCS 기반 채용실태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채용절차를 공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학력과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들을 선별하려는 공기업의 채용관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학력과 출신학교 차별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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