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권력이 돈 달라는데 버틸 기업 있습니까] 과거 관행 없앤다는게.. 정치인 단죄는 빼고 기업만 옥죄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20

수정 2017.01.23 11:03

(4)조기대선 앞두고 정경유착 방지 공약 ‘봇물’
촛불 민심 ‘청산’ 주 이루며 준조세 폐지.투명성 제고 등 유력 대선주자들 경제 공약
[권력이 돈 달라는데 버틸 기업 있습니까] 과거 관행 없앤다는게.. 정치인 단죄는 빼고 기업만 옥죄


기업 경영환경 악화 및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지적받아 온 기업의 준조세를 두고 각종 근절방안이나 입법이 조기대선 정국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주요 경제공약으로 준조세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여야도 연일 준조세 근절법안을 비롯해 민.관의 각종 투명성 강화방안을 놓고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촛불민심이 거세지면서 대선 이슈도 '청산'과 '새 시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 입장은 '기대 반 근심 반'이다.

준조세를 요구하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도려내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를 계기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경제범죄 처벌 강화, 재벌총수 집행유예 금지, 사면권 제한 등 반기업적 정서가 담긴 입법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새누리, 준조세금지법 추진…여야 준조세금지법 놓고 '갑론을박'도

준조세는 조세 외에 법정부담금과 기부금, 성금 등을 포함하는 모든 금전적 의무를 말한다.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모금이지만 실제로는 강제적 모금이 많다. 최근 큰 문제가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도 비자발적 모금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경유착형 준조세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참여한 기업도 함께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야당도 준조세금지법안을 이미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최운열 의원이 최근 발의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공무원 등의 기부금품 출연 또는 제공 청탁을 원천 금지했다.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도 최근 기부금품법 개정안에서 기부금품 모집자의 기부강요 행위만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고쳐 공직자 등을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현행 청탁금지법은 민간인이 공직자에게 부정청탁 행위를 한 경우에만 제재를 하고 있는데 반대로 공직자가 그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청탁하면 처벌조항이 없다"며 부정청탁법(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벌총수 '옥죄기' 법안 봇물

재벌 총수와 전경련에 대한 옥죄기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거액 출연금 제공 등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두 의원은 전경련 3대 법안을 내놨다. 비영리법인운영법 제정안은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 확보와 사업보고 의무화가 골자다. 기업으로부터 강제모금을 할 경우 정부가 해산명령을 하는 내용도 담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제적 이익 목적의 부당 공동행위를 금지했다.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행위 처벌도 대폭 강화되는 쪽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이나 탈세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법을 발의했다.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3가지 개정안이다.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만큼 형량을 5년으로 높이고, 재벌 총수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의 사면권 제한도 다시 화두가 됐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 재벌 총수와 고위 임원 등은 대통령 특별사면의 경우 국회 동의를 얻도록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후진국형 낡은 시스템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포퓰리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높다.

부산대 정치학과 김용철 교수는 "사전적 시스템 보완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졌는지 또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가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 경영학과 한상일 교수도 "본질은 정치인이고, 돈을 요구하는 관행이 안 바뀌는데 각종 입법에도 정치인 단죄 부분이 빠져있는 게 아쉽다"며 "재벌개혁의 법적 미비점 개선도 중요하지만 포퓰리즘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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