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기업 회계사기와 감사인의 책임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2 17:42

수정 2017.02.02 17:42

[기자수첩] 기업 회계사기와 감사인의 책임

"감사가 기업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회계사기에까지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지난해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은 과거의 손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떨어내는 이른바 '빅배스'를 단행했고, 이는 회계사기로까지 확대됐다. 이후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개선안이 시행되고 핵심감사제도와 같은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는 등 회계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오는 3월 말 대우조선의 회계감사 업무를 했던 딜로이트 안진에 대한 제재가 유력하다고 하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특히 대우조선 회계사기는 그 규모가 2조3000억원대에 달하고 관련 투자자 1000여명이 소송을 내는 등 사회에 큰 영향을 준 만큼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과 같은 회계사기에서 감사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회계사기에서 부실감사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다. 해당 회계사나 감사인은 과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중장부를 통한 회계사기를 적발하지 못한 부분까지 외부감사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게 적절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일선 회계사들은 기업이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작성하면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업에 추가 자료를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사례도 딜로이트 안진 측은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중장부의 존재를 파악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했지만 대우조선이 이를 부정하며 마지막까지도 이중장부가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는 입장이다. 회계사기까지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회계사기에 대한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계사기의 본질은 기업의 재무제표 조작이지만 회계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회계법인만의 잘못으로 오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정국과 회계산업에 대한 후폭풍 우려 등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금융당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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