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오직 대선만을 위한 '전략형 법안' 쏟아진다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당적 옮겨도 비례의원 유지
공적선거법 개정안부터 완전국민경선제 법안까지 각 당 이해 반영해 잇단 발의

오직 대선만을 위한 '전략형 법안' 쏟아진다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특정 정파나 정당의 이해만을 반영한 '맞춤형' 선거법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선을 앞두고 '게임의 룰'을 결정짓는 법안이지만 일부 법안은 사전 공론화 과정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발의된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대선 국면에서 불필요한 정쟁과 포퓰리즘을 키울 수 있어서다.

■김현아 의원 구제법, 황교안 배제법 발의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최근 비례대표 의원이 당적을 옮겨도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잘못된 법규로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에 제약을 받는다"고 했지만 새누리당 당적을 두고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아 의원을 위한 맞춤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7일 현직 국무총리가 아닌 총리 후보자의 제청으로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변 의원은 "재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인수위 기간 없이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신임 총리가 정해지지 않아 자칫 현 총리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후보자를 제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입법까지 필요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시 선거인의 이중투표를 금지해 역선택을 방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가 같은 날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법으로 표심을 묶는게 바람직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현 가능성보다는 이번에도 지지후보의 표심잡기용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국민 투표법은 법적 미비로 아직 표류 중

여야 간 경쟁적으로 선거의 룰을 변경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에 매달리고 있지만 정작 재외국민 선거참여 등은 법 개정 미비로 위기를 맞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2009년 부활됐지만 이번 대선은 법적 미비점으로 참여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재외국민에 한해서 현행 선거법에 '정상 선거가 아닌 보선(보궐선거)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두고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부칙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포퓰리즘 법안 방지법도 등장
선거룰 변경을 위한 각종 묻지마 입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쪽에선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와 법의 미비점을 정비하기 위한 입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선주자와 각당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포퓰리즘 공약을 방지하는 입법안도 나왔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공약에 재원 명시, 전문가 이름 및 의견 첨부를 의무화했다. 묻지마 공약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염 의원은 "후보자들이 정책타당성이나 재정확보 방안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각종 선거의 기탁금을 인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영길 의원은 개표 시 수개표를 도입해 부정 논란을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공직자와 자녀의 병역사항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치가 가뜩이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소위 '묻지마 법안'을 내놓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입법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을 재설계하는 입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심형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