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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건] 집단소송제도 도입 12년 만에 도이치은행 ELS 투자자 첫 승소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08 17:13

수정 2017.02.08 17:13

지난 1월 20일 12년간 잠자고 있던 집단소송제가 첫발을 뗐다. 도이치은행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내 승소를 한 것이다. 국내 증권 분야에 한정,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나온 첫 본안 판결이다. 해당 선고로 진행 중인 다른 유사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6심제로 진행되고 분야가 한정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6명 소송으로 464명 효력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김경 부장판사)는 1월 20일 투자자 김모씨 등 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김씨 등 대표 당사자 6명 등 피해자들에게 총 85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모든 투자자 494명 중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30명을 제외한 464명에게 효력이 미친다. 집단소송 제도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김씨 등은 삼성전자와 KB금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국투자증권 부자 아빠 ELS 289호' 상품에 투자했다. 헤지운용사인 도이치은행은 만기일인 2009년 8월 26일 장 마감 직전 KB금융 보통주를 대량으로 싼값에 내놓았고 결국 종가는 만기상환 기준가보다 낮게 형성됐다. 김씨 등은 "도이치은행 측이 장 마감 전 10분간 주식을 팔아치워 손해를 봤다"며 2012년 3월 소송을 냈다.

현재 진행 중인 증권집단소송은 총 3건이다. 투자자들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와 GS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 2건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이다. 씨모텍 투자자들이 동부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심리중이다.

■사실상 6심, 증권 한정

집단소송제는 피해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법조계는 제도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되는 소송허가결정 절차를 꼽는다. 집단소송을 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 결정을 받더라도 상대방이 불복해 즉시 항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집단소송을 하기 위한 절차 역시 3심처럼 진행한다는 의미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소송허가 결정까지 평균 48개월이 걸린다.

막상 소송절차에 들어가도 증거를 확보가 쉽지 않다. 집단소송법은 '법원에서 문서제출 명령이나 문서송부 총탁을 받은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제출이나 송부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국가 안전보장, 감사.감독 등에 대한 문서나 기업의 영업 비밀 관련 문서 등은 제외다. 현실적으로 피고 측에서 여러 핑계를 대며 문서 제출을 미뤄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집단소송의 대상이 '증권'으로 한정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집단소송제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인데 이를 증권 영역으로만 한정 지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증권업 외에 소비자 피해, 인터넷의 사생활 보호 등 집단 소송제도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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