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회계 투명성, 인프라가 중요하다
"회계사는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다." 대학 첫 학기 회계수업 개강일에 들은 말이다. 파수꾼의 매력에 끌려 회계를 전공하게 되었다. 파수꾼은 경계하며 드나드는 사람을 가려내는 일을 한다. 공인회계사는 자본시장에서 회계기준에 따라 생산된 회계정보와 그렇지 않은 회계정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자본시장의 파수꾼은 맞는 말이다. 사실 자본시장만이 아니라 돈이 있는 곳은 다 회계가 관여하니 회계사는 경제시스템 전체의 파수꾼이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이 파수꾼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공인회계사가 피감사회사의 회계정보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들과 담합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왜 우리나라 공인회계사들은 자본시장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빈번히 징계를 받는 것일까.
주된 이유는 회계 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회계 부정이 터지면 정부 주무부처에서 그 대책을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는 기업회계를 관장하는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회계를 관장하는 부서는 금융위원회의 공정시장과다. 이 과에서도 기업회계를 담당하는 사람은 사무관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회계문제가 터지면 이를 회계적 측면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시장, 기업 측면만을 고려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하소연이 많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모든 회계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정부 회계를 담당하는 조직은 행정자치부에 회계제도과가 별도로 있고, 기획재정부에도 20명 가까운 직원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예산 400조원의 결산 회계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자본시장에서 상장회사들의 시가총액이 1500조원을 넘으며, 1년 거래대금이 2000조원에 달한다.
정부 예산은 정해진 용도에 따라 집행되지만 자본시장의 거래는 회계정보로 표시되는 기업성과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동되는 만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업회계를 전담하는 정부조직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조직에서 최소한 전담하는 과가 있어야 정책이 나오게 된다. 회계감독청과 같은 선진화된 독립기구는 장기적으로 논의하더라도, 적어도 경제 부서에 기업회계제도과를 신설하여 회계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보면서 회계 부정의 1차적 책임이 있는 기업 경영진보다 이를 감사한 회계법인에 비난이 집중되고, 또다시 회계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중한 책임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잘 조직된 회계법인은 회계적 투명성을 위한 사적 영역에서의 인프라다. 어렵게 갖춘 인프라가 붕괴되면 그 부작용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조성표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