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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대가보다 다시 일한다는 보람이 더 값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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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실버택배 총괄 이승희 회장
실버택배 자리잡고 난 후.. 고객불만, 택배기사 부담 ↓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가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가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에서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들이 택배 물건이 도착하자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에서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들이 택배 물건이 도착하자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가 배달에 사용되는 전동 카트를 타며 웃음을 짓고 있다.
실버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니어(노인)가 배달에 사용되는 전동 카트를 타며 웃음을 짓고 있다.

"물질적인 대가보다는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이 더 크다. 함께 일하는 노인들을 보면, 다시 일한다는 생각에 삶에 대한 의욕도 더 커지는 것 같다."

서울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실버택배를 총괄하고 있는 이승희씨는 '실버택배'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 회장인 이씨는 올해 8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게 보였다.

지난 2009년 경로당 회장이 된 그는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너무 없어 '택배'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씨는 "일자리가 부족해 70대 이상 노인들은 경비 자리도 안 써준다"며 "그렇다고 맨날 술이나 마시고 놀고 있으면 건강만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소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2010년부터 다른 택배회사와 일을 시작했지만 첫 해에 350만원이나 적자가 났고 지역에서 불만도 있었다. '노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더 큰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 "그냥 택배기사가 직접 전달해 달라"는 고객들과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도움을 받으면서 실버택배가 자리를 잡았고 지역 호응도도 좋아졌다.

이씨는 "실버택배는 택배기사들과 고객 사이에 지역 노인들이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지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 택배 물량을 전담하면서 고객들의 편의성이 좋아진 것이다. 고객 불만과 택배기사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씨는 "지역 청년들도 '어르신들이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구나'라며 우리를 존중해주기 시작하더라"며 뿌듯해 했다.

20여명의 노인들은 하루에 50여개의 택배 물량을 처리한다. 이렇게 한 달에 일하고 약 40만~50만원을 받는다. 이밖에도 할머니 4분이 하루에 2명씩 교대로 나오며 식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사무실에도 2~3명 정도가 일을 하기 때문에 지역 실버택배를 위해 30여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이다. 현재 이들은 상계주공12~14단지 5000여가구의 택배 물량을 집 앞까지 배달하고 있다.

이승희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 회장
이승희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 회장

이씨는 실버택배로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택배 업무로만 보면 택배기사들의 업무부담이 줄고 고객 편의성이 늘었다. 지역적으로 보면 택배를 이용하는 청년들과 노인들 사이에 교류의 다리가 놓였다고 보면 된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은퇴 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 갈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배달을 하기 전에 일지를 쓰기 때문에 몸과 건강이 동시에 좋아져,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치매걱정을 안 한다"면서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만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월급을 갖다주면서 부부금실이 좋아진 사람들도 있다더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재 그는 실버택배를 기반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초등학교 통학길에 있는 횡단보도 안전 지킴이도 경로당 노인 28명과 함께 하고 있다. 아침에 2시간 정도 일하고 2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소일거리다.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은 "우리도 투잡(Two job)을 뛴다"며 농담을 건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인들이 늙었다고 무조건 늘어지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갖고 움직이고 배웠으면 좋겠다"며 "국가나 지자체도 노인들에게 그냥 돈 몇 푼을 주기보다는 숨어있는 일자리 자원들을 찾아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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