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실버택배 날개를 달다".. 노인 일자리 1000여개 창출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CJ대한통운 고령화기업 '실버종합물류' 설립
CJ대한통운 '실버종합물류'  3년새 거점 136개로 증가
실버택배 활성화에  지자체서 문의 쇄도
발달장애인.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계층 채용 검토

"실버택배 날개를 달다".. 노인 일자리 1000여개 창출

"1309(동)! 1412(동)! 1315(동)! 이건 여기 아니야, 1211(동). 이번에 그쪽에 물건이 많네, 잘 먹고 잘 살아라!"

지난 4일 서울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경로당에 택배차량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는 '21세기 노동요(勞動謠)'가 들렸다. 앞에서 어르신 한 명이 택배를 정리하며 선창을 하면 뒤에 있는 어르신들이 따라 불렀다. '노인들은 무기력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이곳 노인들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한국 사회의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시니어(노인)세대의 삶의 질과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물류업의 특성을 활용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후 본격적으로 실버택배사업을 시작했다.

■택배차량이 아파트에 물건을 옮기면 노인들이 집 앞까지 배달

실버택배는 택배차량이 아파트단지에 물량을 싣고오면 인근 거주 노인들이 전동카트로 고객들의 집앞까지 배송하는 거점형 택배사업 형태다. 해당 거점의 실버 배송원들은 아파트 동별로 재분류를 하고, 친환경 전동카트와 손수레 등을 이용해 각자 맡은 구역의 상품들을 배송한다.

상계주공14단지에서 실버택배를 하고 있는 70대 김모씨는 "(택배 거점인) 경로당과 거리가 있는 동을 맡는 노인들에게는 전동차(카트)를 주는 것이 정말 좋다"며 "다른 곳에서는 그냥 리어카로 운반하다 보니 이미지도 안 좋은데 전동카트는 편리하면서 이미지도 좋아 일할 맛이 난다"고 전했다.

같은 단지에서 실버택배로 물건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주부 김모씨는 "처음에는 '왜 어르신들이 배달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시간이 지나며 우리 집에 항상 같은 어르신이 물건을 들고 오시다보니 친숙함도 생기고 믿음도 가더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는 기업, 시.군.구 자치단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삼각 협업체제를 이뤄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물량 공급과 장비 제공 및 운영을 맡고, 지자체는 행정적.예산적 지원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시니어 인력수급과 교육 등을 담당한다. 기업활동으로 거둔 수익으로 자체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선순환, 지속가능형 사업모델이다.

이러다 보니 회사 내에서도 실버택배는 사회공헌 '활동'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신동휘 CJ대한통운 부사장은 "실버택배는 고령화 사회의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가치창출 사업"이라며 "실버택배는 다른 CSV 사업의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지자체 협력, 시니어 일자리 창출

처음부터 실버택배사업이 순항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어려웠고 특히 실버인력의 교육 및 관리가 쉽지 않았다.

상계주공14단지의 경우에도 2200여가구의 택배물량을 소화해야 했지만 사업 초기 노인 6명으로 시작했다. 지역 실버택배를 총괄하고 있는 이승희 경로당 회장(82)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워낙 없다 보니 일자리를 주려는 곳도, 일자리를 찾는 노인도 없었다"며 "'노인은 무기력하다'는 편견이 노인들에게건 사회에서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기관이 교류하기 시작했다. 노인 일자리 전담수행기관인 시니어클럽과 손을 잡고 전문적인 노인인력 관리를 위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협조도 구했다. 이 결과 지난 2013년 6월 CJ대한통운은 고령자 친화기업 ㈜실버종합물류를 독립법인으로 설립했다.

㈜실버종합물류가 설립되면서 부산에서 시범지역 4개로 시작한 거점은 현재 서울,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 136개로 늘어났고 참여인력 역시 41명에서 1027명으로 늘었다.

실버택배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지역 자치단체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서울, 부산, 인천, 파주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물론 SH공사,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와 업무협약을 맺음으로써 전국 지역 확대의 교두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의 132번째 실버택배 거점인 서울 문래동 문래힐스테이트가 개소됐으며 전국 실버택배원은 1007명으로 늘어났다. 사업 본격화 3년여 만에 시니어 일자리 1000여개를 창출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단일 기업이 시니어 일자리를 이만한 규모로 전국적으로 창출한 것은 CJ대한통운이 유일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취업 취약계층까지 사업 넓혀나갈 것"

CJ대한통운은 더 나아가 실버택배 모델을 노인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인들의 체력을 고려해 실버택배가 주 3회 교대로 이뤄진다면 발달장애인 택배는 주 5일 하루 4~5시간 진행된다.

또 장기공공임대주택 내에 위치한 실버택배 거점에 심부름, 택배보관 등 입주민을 위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상생활지원센터 등을 만들고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실버택배사업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올해부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업 취약계층까지 사업을 넓혀나갈 예정"이라면서 "특히 집중력이 뛰어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은 물론 경력단절여성, 저소득층의 취업 고민을 덜어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노인 일자리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 인력을 택배사업에 접목한 공유가치창출(CSV) 모델을 구축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류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경제와 산업발전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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