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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다..] 지진 조기경보시스템 사업에까지 뻗친 여성우대 정책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5 09:00

수정 2017.04.15 09:00

여성가족부는 무슨 일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할까?
국회예산정책처 “무리한 성인지(性認知)사업 확대 안 돼”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남녀갈등의 중요한 이슈 중에 ‘여성할당제’가 있습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이 소외된 영역에서 여성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은 국가가 추구해야 할 보편 가치지만, 남녀 혹은 개인별로 실현 방법이나 인식 차이로 항상 논란입니다.

사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여성할당제’나 ‘여성우대 정책’이라는 말은 직접 쓰지 않습니다. 대신 ‘성인지(性認知)정책’이나 ‘성별영향분석평가’로 여가부가 밝힌 설립목적인 여성 권익증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성인지(性認知)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별로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가부는 매년 8월에 방대한 양의 직전년도 보고서를 발간하며 체계적으로 추진합니다. 남성 중심 사고방식으로 여성권리를 제한하거나 성 고정관념이 들어간 법·제도 등이 많아 이를 개선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한가지 예로 2015년 <성별영향분석평가 종합결과 보고서>를 보면, 여가부와 기상청은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 국가재난 수준 위험기상의 예측정확도를 높이는 전문인력 양성에 여성진출 활성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여성 우대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작년과 올해 총 706억이 편성된 <지진조기경보 구축 및 운영사업>과 <정지궤도 기상위성 지상국 개발사업>에도 여성 우대를 추진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도 성인지(性認知)예산서 분석‘ 자료에서 무리한 정책 추진을 비판합니다. "기상청의 업무 성격상 성인지적 관점이 도입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다”라며 "무리한 성인지 대상사업 확대보다 다른 사업을 발굴하라”고 밝혔습니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성인지 예산서 분석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성인지 예산서 분석
여가부와 기상청이 국가재난관련 사업이면서 전문성이 생명인 분야에까지 굳이 여성/남성을 구분 짓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보고서에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비슷한 사례들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여성은 사회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소외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모든 정책, 법령에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실현하는 법률이 2012년 시행한 <성별영향분석평가법>입니다.

주무부처가 여가부인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 따라 모든 국가기관은 성인지적 관점이 담긴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과제를 선정해야 합니다. 여가부는 이를 보고받고 미흡하면 검토의견을 통보합니다. 또한 과제 수와 개선 여부를 기관별로 해마다 통계 내고 독려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상청 사례와 같이 무리하게 성인지적관점을 적용하게 됩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여가부의 정책 실현 방법은 단순합니다. 여성/남성을 구분해 통계 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법률을 제정해 OO군 XX지원사업 수혜자 통계에 남자와 여자 비율을 필수적으로 넣게 합니다. 여성 비율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됩니다. 다른 근거나 사안별 특수성은 생략한 채 “여성은 사회 전반적으로 소외됐다”라는 대전제만 강조합니다.

지자체의 조례를 포함해 모든 법 영역에서도 여성을 소외시켰거나 우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이는 개선 과제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44개 중앙행정기관 및 260개 지자체에 법령·제도·사업 등 과제가 2015년 기준 총 34,258개입니다. 매년 과제는 새로 생기고 기존 과제는 잘 개선됐는지 여가부가 점검합니다. 그리고 과제들과 관련된 예산을 <성인지예산>이라고 합니다. 2015년 과제의 85%(약 2만 9천건)가 성인지예산에 포함됐습니다. 이는 더욱 늘어날 계획입니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성인지예산서 등을 작성해 반영하게 돼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7년 성인지예산은 지자체를 제외한 중앙행정기관에서만 29조 4,563억 원입니다. 정부 총지출의 7.4%입니다.


하지만 오해 없어야 할 부분은 성인지예산은 여성을 위해 따로 편성한 게 아닙니다. 성별로 영향력을 분석할 수 있는 정책의 예산액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성인지예산 관련 담당자는 “(성인지예산은) 성인지적 관점이 들어간 사업의 예산 액수를 뜻하며, 따로 편성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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