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 스포트라이트 사법피해자, 공권력에 무너진 삶(2)] 한해 형사보상금 500억… 무리한 기소, 세금낭비로 이어져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3 17:28

수정 2017.05.23 21:58

10년 새 급증한 형사보상금
무죄판결땐 국가가 보상
헌법에 따른 형사보상금 10년새 지급건수 60배 늘고
보상액수도 24배 늘었지만 짓밟힌 인생은 회복 안돼
무죄사건 22%는 검사잘못.. 수사미진.법리오해 등 이유
공소유지에도 신중 기해야
만약 누군가 구속이 됐다 해도 모두 유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금 상태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석방되거나 유죄판결로 감옥에서 수십년을 살고 나온 뒤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억울한 사람들은 헌법 제28조에 따라 국가에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은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됐던 자가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는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최근 10년간 형사보상청구가 증가하면서 보상금 액수도 커져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피해자가 이미 명예훼손을 당할대로 당한 상황에서 보상금이 개인의 명예회복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겠는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형사보상금에도 치유되지 않는 명예훼손

누가, 어떻게,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에 명시돼 있다. 형사보상법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속 등으로 구금된 뒤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 일수에 따라 구금 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하루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상청구서와 무죄 판결확정 증명서 등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구금의 종류와 기간, 구금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과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을 감안해 보상액을 정한다.

23일 대법원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형사보상제도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책임연구원 윤지영.정진수.서주연)'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개월간 법정 다툼을 하던 중 최종 무죄판결이 난 사례가 최근 10년간 크게 증가했다. 지방법원의 제1심과 항소심 무죄인원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1만명을 넘지 않았으나 2010년 2만2382명, 2011년 4만9006명으로 증가해 2012년 6만1429명에 이르렀다. 이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1만3008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형사보상금 지급추이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300건 미만이었으나 2010년 6568건으로 폭증한 것이다. 이후 2011년 1만4252건, 2012년 3만6985건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감소해 2015년에는 1만3193건을 기록했다.

보상금 액수 역시 2011년 221억원에서 2012년 521억원으로 2.4배 증가한 뒤 2014년까지 점차 늘어나 852억원에 이르렀으나 2015년 509억원으로 감소했다. 2015년은 2011년에 비해 지급건수는 1060건 감소했으나 금액은 288억원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무죄사건, 검사 잘못 22.6%

형사보상청구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한 데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하면서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과거사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재심 권고 등 조치를 취하면서 재심 청구가 크게 증가한 것이 절대적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지영 연구원은 "조사 결과 형사보상청구 제도는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을 통해 재심 청구가 많아지고 무죄 확정 판결도 늘어나면서 형사보상청구 건수가 급증했다"며 "간통죄 등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역시 재심 청구가 가능해 형사보상청구 사례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형사보상금 지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무죄사건 평정 결과 7191건 가운데 22.6%에 달하는 1624건이 검사의 잘못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평정이란 무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대해 대검찰청이 판결문과 공판기록 등을 검토해 수사와 공소 담당검사의 과오를 조사하는 것이다. 수사미진이 965건(59.4%)으로 가장 많았다. 법리 오해 502건(30.9%), 잘못된 증거판단 49건(3.0%), 공소유지 소홀 23건(1.4%) 등이 뒤따랐다.

■"제대로 기소, 공소유지 신중해야"

박 의원은 "무죄 피고인은 송사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 억울한 옥살이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억울하게 당한 죄인 취급은 금전 보상으로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며 "무죄평정 자료가 인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검찰은 명백히 밝혀야 하고 만약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그 영향이 미미할 경우 인사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용 변호사는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들은 사업 부도가 우려되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
무죄가 확정됐다 해도 명예가 바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며 "매년 형사보상금으로 꽤 많은 금액이 지출되는데 모두 세금인 만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셈으로, 검찰이 제대로 기소해야 하고 기소 후 공소유지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구자윤 김문희 김규태 기자
[fn 스포트라이트 사법피해자, 공권력에 무너진 삶(2)] 한해 형사보상금 500억… 무리한 기소, 세금낭비로 이어져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