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 타임차지 확산..의뢰인 시비 '골머리'
#. 국내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올초 형사사건 의뢰인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의뢰인이 "성실히 일하는 걸 알 수 없는데 시간당 돈을 어떻게 지급하느냐"며 '타임차지'(시간제 보수·Time charge)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착수금 5000만원과 별도로 시간당 30만원의 타임차지를 주기로 계약상 합의했는데도 의뢰인은 막무가내였다. 이에 A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타임시트'(근무시간 일지·time sheet) 내역을 보여줬지만 의뢰인은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보고 A변호사가 일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A변호사는 의뢰인과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사과하고 착수금과 타임차지로 받았던 금액을 모두 돌려줬다. A변호사는 "열심히 일했는데 의뢰인과 시비가 붙어 유감"이라며 "그때 일을 생각하면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전했다.
■형사 성공보수 폐지..타임차지로 보상 분위기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결한 후 변호사업계에 타임차지제가 성행, 의뢰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다수 로펌 및 개인 변호사들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 대책으로 타임차지를 약정하지만 수임료 인상 등 부작용을 낳아 의뢰인과 시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조계는 로펌이 의뢰인들이 이해할만한 타임차지 금액을 책정하거나 변호사단체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변호사들은 타임차지로 시간당 30만~7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 출신일 경우 시간당 100만~200만원도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변호사업계에서 여러 계약 형태로 타임차지제가 시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의뢰인에게 착수금을 받지 않으면 타임차지 금액을 높이고 반대로 착수금을 받으면 타임차지 금액을 내리는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또 타임차지를 약정하되 실형 등 의뢰인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1억원 이상은 계산하지 않는 일명 '캡 씌우기' 방식도 있다고 법조계는 설명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타임차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매달 말 지급하는 월정액과 매주 주말에 지급하는 주급 계약이 있고 선고·집행유예, 보석 허가 등 좋은 결과를 얻을 때 타임차지를 모두 계산하는 계약 등이다.
로펌 및 개인 변호사들은 의뢰인과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타임시트 내역에 시간당 의뢰인 사건과 관련해 어떤 근무를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을 기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로펌이나 변호사마다 타임차지 금액을 받는 방식은 달라도 타임차지를 통해 성공보수를 받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폐지된 상황에서 타임차지를 약정해 만회하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법조계 "기준 마련해 의뢰인에 신뢰 줘야"
문제는 1시간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액마저 변호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의뢰인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변호사와 의뢰인 간 타임차지를 놓고 다투는 예가 늘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의뢰인 대부분이 타임차지 약정 계약을 맺었을 때 변호사가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고 털어놨다.
법조계는 타임차지 약정에 따른 분쟁을 줄이기 위해 타임차지 기준 등 변호사단체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타임차지 금액의 격차를 줄이면서 일의 성과를 증명할 방안을 만들어야 의뢰인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타임차지 금액을 터무니없이 제시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