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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단기 성과주의가 정부의 탈법 부추긴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1 19:11

수정 2017.06.11 19:11

1.단기 성과주의가 정부의 탈법 부추긴다
미래부는 통신사 요금체계 간섭할 법적 권한 없는데… 국정기획위 "1만1000원 내릴 수 있다" 여론전만 펼쳐
이동통신기본료 폐지 법안 네트워크 투자 위축 등 부작용 커 19대국회서 폐기.. 20대 국회도 개정 논의 못해
국정기획위원들 전문성 부족.. 장기 정책 밑그림 못 그리고 당장 성과 낼 욕심에 채근만
20년 전 민간 통신회사의 경쟁을 통해 통신서비스 품질 제고, 자율적 요금인하 정책을 선언한 정부가 돌연 통신시장 요금정책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나섰다. 시장경쟁의 최고 결과물인 통신요금에 직접 개입하면서 통신회사를 좌우하겠다는 정책은 자칫 통신비밀보호 등 전체적인 통신산업의 정부개입 확대로 이어져 관치통신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개입 여지가 없는 통신시장에서 정부가 요금전략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정책적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단기 성과주의가 정부의 탈법 부추긴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가 미래창조과학부를 향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것도 이틀, 일주일 단위의 짧은 시간안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으로는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국정기획위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 등 절차가 필요하다. 또 통신회사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단기간에 요금인하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국정기획위를 향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위가 미래부에 탈법적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길어야 50일 활동 시한을 가진 국정기획위가 단기적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욕심에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기획위가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문 대통령이 5년간 정책을 풀어갈 수 있도록 장기관점의 정책 밑그림을 작성하는데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기획위, 미래부 '통신요금인하안' 연일 보이콧

11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전날 미래부가 추가로 보고한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며 거부했다. 월정액 1만1000원 인하를 골자로 한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에 못미친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 독과점 구조로 인해 자발적 요금 경쟁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통신요금인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의 이 같은 정책 발상은 정부의 통신시장 직접 개입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규범에도 어긋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통신요금 관련 법령에는 미래부가 통신회사의 요금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김병배 전 부위원장이 만든 공정거래실천모임은 "국정기획위의 통신 기본료 폐지 및 통신요금 인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공무원에게 이에 대한 대책을 강요하는 것은 위법적이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시한부 국정기획위, '절차와 형식' 무시한 여론전"

국정기획위의 단기성과주의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내달 중순 임기 만료를 앞둔 국정기획위가 '절차와 형식'을 무시한 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여론전만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국회 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일 자체 모임을 갖고 의견을 취합해 국정기획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위가 개념조차 명확치 않은 기본료 폐지 이슈에 함몰된 나머지, 통신시장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게다가 통신기본료 폐지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조차 개정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월정액 1만1000원을 일률적으로 내릴 경우, 이통3사가 적자로 돌아서기 때문에 네트워크 투자 위축에 따른 통신품질 저하와 '보편적 복지'에 따른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 탓이다.

■전문가 부족 국정기획위, 국민기대만 높이고 대안은 없어

그럼에도 국정기획위가 연일 미래부와 통신 3사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이미 국민들은 매월 1만1000원의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못박았다.


결국 전문성이 부족한 국정기획위원들이 현실성 없는 표어성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마치 다 이뤄줄 것 처럼 연일 여론전에 나서면서 '국정기획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여론전에 나서면서 국회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도 해당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채 독불장군 형식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회 미방위 관계자는 "통신요금 처럼 국민 체감 지수가 높은 정책은 여야정협의체나 소관 상임위 내 신중한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하는 사안"이라며 "내달 중순 임기가 만료되는 국정기획위가 일괄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강제하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실적 채우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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