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폭풍전야' 강남 전세도 씨 말랐다
재건축 이주수요 늘고 집주인 월세선호 맞물려 매물 나오자마자 주인찾아.. 일부는 집 보지도 않고 계약
"작년에는 전세매물이 한 단지에 한두 개라도 있었는데 올 초부터는 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도곡역 인근 A공인 관계자)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권을 포함한 서울지역 전체에 전세매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파트 전세는 나오기가 무섭게 하루 만에 빠진다고 봐야 한다."(잠실동 Y공인 관계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서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기존 전세물량도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대치동 일부 아파트는 6개월간 전세매물 0건
1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대치동 일대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돌아본 결과 전세매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도곡동과 대치동 일대에서는 전세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이 일대에는 정부 합동단속팀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고되면서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사무실 불을 끄고 있거나 잔금처리 등 최소한의 부동산 업무만 급히 처리한 채 서둘러 문을 닫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치동의 랜드마크인 '동부센트레빌'은 전세매물이 사실상 없었다. 월세 물건만 이따금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단지의 가장 작은 면적대인 전용면적 121㎡는 전세매물이 한 건도 없었다. 도곡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올 초부터 6개월간 (동부센트레빌) 가장 작은 평수의 전세매물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옆에 있는 대치동 '대치아이파크'도 가장 작은 전용면적 59㎡의 전세매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대치 래미안팰리스'는 전세매물을 1~2건 정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 래미안팰리스 전용 94㎡는 17억원대 중반~최고 19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4월 거래된 1건의 전세매물(15억5000만원)은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다.
대치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대치 래미안팰리스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큰 차이가 없다보니 굳이 인근 다른 단지보다 전세가가 높은 이곳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이는 많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더구나 초중고 입학 시즌이 아닌 점도 이 일대에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곡역 인근 C공인관계자는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거의 움직임이 없다보니 물건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매물 나오면 일단 가계약부터 하기도
그나마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모여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도곡동이나 대치동에 비해 전세매물이 조금 있었지만 '전세매물 품귀'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한달 내 입주 가능한 물건은 문의와 동시에 계약이 이뤄질 정도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전용 84㎡는 7억9000만원짜리 전세가 있었는데 다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매물이 아예 없진 않지만 전세가가 계속 오르면서 8억원에만 나와도 급매 수준이다. 7억원대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급한 마음에 일단 선점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반전세.월세 전환수요 높은 데다 재건축단지 이주수요↑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품귀현상'의 원인으로 '전세→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예전처럼 전세 목돈을 통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매달 들어오는 월세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져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물론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감가상각이 되는 데다 은행 금리가 낮다보니 세입자에게 받은 목돈을 은행에 넣어도 예전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해줄 만한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주택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데다 깡통전세에 대한 위험 등 전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전세가 집주인에게 수억원의 돈을 무담보로 빌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경우 최근 2~3년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주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윤지영 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