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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 노후자금을 벤처에 투자하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7 18:10

수정 2017.07.07 18:10

문재인정부가 공공투자에 이어 벤처.창업투자에도 국민연금 돈을 끌어 쓰려 하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지난 6일 "대형주, 재벌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며 "중소기업 모태펀드나 창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민연금이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하는 사회적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에도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소득 주도 성장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 결정' 토론회에서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는 주문들을 쏟아냈다. 사실은 578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의 각종 정책 시행에 끌어다 쓰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알뜰살뜰 돈을 부어온 2200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국민연금은 '눈먼 돈'도, 정부와 정치권의 쌈짓돈도 아닌 가입자의 돈이다. 국민의 노후생활을 지켜낼 마지막 보루이기에 기금을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내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주식투자 중 재벌기업 비중이 84%인데 10년 후 재벌이 몇 개나 살아남겠나"라며 엉뚱하게도 리스크가 큰 벤처.창업 투자를 권했다.

국민연금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중립적으로 상장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벤처기업 투자를 늘렸다가 손해가 크게 나면 정부가 물어줄 건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확대'도 마찬가지다.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투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을 자꾸 국민연금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주인 없는 '눈먼 돈' 취급한다는 소리를 듣게 돼 있다.

김 위원장은 기금운용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책임진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위험이 큰 분야의 투자를 주문했다. 국정기획위가 '기금 운용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연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기웃거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사화 등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연금을 정권 입맛대로 굴린다면 국민의 노후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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