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영업자, 위·변조 신분증에 ‘전전긍긍’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6 17:13

수정 2017.07.26 17:14

갈수록 교묘해져 감별 못해 미성년자에 술.담배 판매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받아
가짜 신분증 제시한 청소년 가벼운 처벌에 심각성 몰라
자영업자, 위·변조 신분증에 ‘전전긍긍’

위.변조 신분증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매하려는 미성년자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분증을 교묘히 변조한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 등을 판매했다가 적발되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위.변조 신분증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처분을 떠안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26일 서영교 의원(무소속.중랑구갑)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소년 보호법 위반(술.담배 등 유해약물 판매)으로 적발된 건수는 2014년 6888건에서 2015년 8364건, 지난해 844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술.담배 구매를 시도하는 청소년이 증가추세인 것이다.

■변조.도용 쉽지만 감별은 어려워

미성년자들이 주민등록증을 변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0.여)는 "1998년생이 숫자 '8' 일부를 칼로 긁어 '3'으로 만들고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더 진화된 방법도 있다. 오모양(17)은 "숫자를 다 긁어내고 신분증과 크기가 같은 바코드 숫자를 오려 붙이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분실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학원가 인근에서 학원 수강증을 변조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은 신분증을 확인한 뒤 술.담배를 판매해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서울 여의도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오모씨(39)는 "요즘 신분증 위.변조 방법이 워낙 교묘해 진위를 가리는 것은 무리"라며 "손님이 어려보여 신분증을 확인, 팔아도 개운치 못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조 신분증을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일부 청소년 때문에 점주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호프집을 운영 중인 박모씨(36)는 지난해 초 변조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 40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박씨는 "다른 업주 부탁을 받고 우리 가게에서 술을 산 뒤 스스로 신고했다고 들었다"면서 "청소년들이 이런 일에 가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씨는 40일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청소년, 솜방망이 처벌에 심각성 몰라"

형법상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한 점주와 위.변조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 모두 처벌을 받는다. 점주가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할 경우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신분증을 확인했다는 CC(폐쇄회로)TV 영상 등 증거가 있으면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에 따라 처벌이 감경 혹은 면제된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할 경우 형법 제 225조에 따라 공문서위조죄로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하면 공문서부정행사죄로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의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하거나 기소돼도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에 그칠 때가 많다"며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청소년들이 범죄인줄은 알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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