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제이주 80년 고려인 동포, 우리 사회 '울타리 밖' ..."정착하고 싶어요"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일부 해외·국내체류 고려인들은 한국 정착을 원하지만 법적 장치 미비에다 사회적 인식이 낮아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재외동포법과 고려인동포법 등은 고려인 4세와 국내 체류 고려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해 옛 소련 국가에 주로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다.

■국내체류 4만6000명.."3개월마다 출국"
30일 법무부와 재외동포재단 등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체 고려인 49만 3310명 중 국내체류자는 4만 6669명에 달한다. 고려인들은 정주(定住)를 위한 가족단위 입국이 많고 주로 경기 안산시, 광주광역시 고려인 마을에 모여 산다. 고려인은 옛 소련의 소수민족 동화정책에 따라 언어·문화가 단절돼 한국어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생활고, 자녀교육, 불안정한 직업 등으로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는 가족과 함께 입국한다는 점에서 중국동포와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체류 고려인 동포 중 71.4%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체류 상당수 고려인이 국내 정주를 원하지만 고려인동포법 대상에 국내 체류 고려인이, 재외동포법 대상에 고려인 4세 등이 제외돼 있다. ‘고려인동포법’은 고려인동포를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로 규정해 정작 국내체류 고려인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현행 ‘재외동포법’ 상 재외동포는 ‘부모의 일방 또는 조부모의 일방’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해야 한다. 고려인 3세까지 재외동포지만 4세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만 19세로 방문동거비자(F-1)가 만료되면 국내 체류가 어렵다.

이 때문에 고려인 4세 차가이 안드레이씨(21)는 3개월마다 한국을 떠난다. 부모는 한국에 체류하지만 자신은 재외동포비자를 받을 수 없어 출국했다가 1개월 비자 발급기간을 거쳐 재입국한다. 안드레이씨는 “항공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 불법으로 야간 택배 알바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려인의 비자 요건 역시 까다롭다. 재외동포비자(F-4)는 단순노무 종사를 제한한다. 24세 미만은 방문취업비자(H-2)도 받을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황마리나씨(55·여)는 “아들이 얼마 전 사고로 금속 프레스에 손을 다쳤다”며 “사업주가 불법취업을 이유로 추가 보상을 해주지 않아 의료비가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국내체류 고려인들은 모국을 찾았지만 높은 장벽과 마주해 있다고 주장한다.

■법률 개정 논의...정부 우려의 시각도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고려인 지원근거 마련을 위해 고려인동포법 대상에 '직계비속까지 포함해 4세대 이상’과 ‘국내체류중인 고려인까지 확대’하는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역사를 봉합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려인동포 유입은 인구절벽시대에 경제규모를 확대하고 유라시아 국가들과 민간외교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려인 동포 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려인 관련 법률 개정시 중국동포 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자국 인력이 한국으로 유입되는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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