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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외국계 운용사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18

수정 2017.08.06 17:18

[차장칼럼] 외국계 운용사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

"휴가요? 다녀오면 책상이 사라질 수 있는데 올해는 선뜻 휴가계획을 잡기도 막막합니다."

외국계 운용사에 다니는 취재원을 만나 여름휴가 계획을 묻자 돌아 온 답변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투업계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높은 연봉과 복지로 부러움을 샀던 외국계 운용사들이 처지가 말이 아니다. 실제 올 초 피델리티운용이 한국운용 부문을 전격적으로 접으면서 운용업계에선 외국계 운용사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엔 외신발로 JP모간자산운용 한국법인 철수설도 제기되고 있다. 2007년 진출한 JP모간운용은 글로벌 본사의 노하우를 접목한 다양한 재간접펀드를 선보여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JP모간운용, 피델리티, 템플턴 등 외국계 운용사들이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임직원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임직원들 역시 불안한 기색이 뚜렷하다. 템플턴운용과 삼성운용의 합작설, 하나UBS운용의 합작파트너인 UBS운용의 엑시트설 등 여러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외국계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업황 악화도 문제지만 소규모펀드 정리 규제 때문에 본사에서 한국시장 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다"고 토로했다.

현행 규제에선 소규모펀드 비율이 5%를 넘는 자산운용사는 신규펀드 설정에 제한을 받는다. 이 기준에 따라 신규펀드 설정에 제한을 받는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외국계나 중소형사다.

외국계사 입장에선 해외에서 이미 오랜 기간 운용되고 성과가 검증된 모펀드에 100%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를 소규모펀드로 분류하는 것은 형평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A운용사 관계자는 "애초 소규모펀드를 정리하려는 당국의 취지는 관리 소홀로 인해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사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검증된 모펀드를 100% 복제하는 형식으로 운용하는 펀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규모펀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업계에서도 이를 협회나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실제 철수설이 돌고 있는 JP모간운용도 소규모펀드 정리 대상에 올라 이를 해결할 때까지 신규 펀드 설정이 금지조항에 걸렸다"며 "올해 해외펀드 비과세 종료 기한에 맞춰 다양한 펀드를 출시해야 하는 본사 입장에선 한국시장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아예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까지 온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금융당국이 외국계 운용사들의 현실을 좀 더 배려하는 대인배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자자들 역시 선진 노하우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니즈에 목말라 있다.
당국이 자칫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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