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행정기관에 법무담당관이 필요한 이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7 17:25

수정 2017.08.17 17:25

[특별기고] 행정기관에 법무담당관이 필요한 이유

최근 우리는 법치주의의 중요함을 실감한다. 적정절차의 준수, 합리적 내용의 도출, 사후적 비판의 기회 제공이 필요함도 새삼 알게 되었다. 또한 법치주의의 실현이 공정·투명한 사회로의 디딤돌이라는 사실도 필자의 주관적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얼마 전 나경원 의원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법률전문가의 상시직무수행을 위한 법무담당관 제도 도입을 담은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공공영역의 법치주의 강화를 위해 당연하고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하겠다. 주된 내용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제반의 법무(法務)를 보좌, 관장하도록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률전문 공무원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법무담당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90여개에 달하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중 41개(14%) 기관에서는 아예 법무담당관 직제가 없는가 하면, 법무담당관을 두고 있는 기관에서도 변호사를 담당관으로 두고 있는 기관은 40개(14%)에 불과하다. 또한 변호사 자격 여부를 떠나서도 법무담당관 수는 중앙행정기관에 40여명(법무부·대검 제외), 지자체는 200여명에 머무는 지경인데 다른 국가의 현황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령 미국은 기업도 포함하지만 수만명의 법무담당관이 상근하는가 하면(뉴욕시만 해도 80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함), 영국에서도 1800여명의 변호사가 각종 정부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우리나라는 수적 빈약함과 비전문가의 법무수행으로 말미암은 행정소송 빈발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경험, 즉 민원인이 소관 부처에 법률 질의를 하더라도 답변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얼마 전 떠들썩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도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됨으로써 실정법을 위반했던 행정경험 역시 공공부문의 법률적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대로 의미가 있듯이 법무담당관의 미숙한 제도화와 빈약한 수적 규모, 비전문가의 법무수행이라는 작금의 현실은 어쩌면 제도화된 시스템이 정착되기 이전의 주먹구구식 사무처리 방식과 올라운드 플레이어에게 많은 일을 맡겨 왔던 우리의 근대적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 각자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 복잡한 사회로의 변화는 이제 그런 틀에서 벗어나 행정영역에서 보다 명확하고 적절한 법률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 취지에 따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도입된 준법지원인이 기업에서 법치 실현을 위한 제도의 일환이라면 법무담당관은 공공기관의 법률 입안, 해석과 적용 등에서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미리 전문적으로 검토해 분쟁을 예방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공공영역에서 법치주의 실현에 일조할 것이다.

물론 법무담당관 도입에 따른 개별 사항, 가령 법무담당관의 행정기관 내 지위와 채용 형태, 변호사 자격자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와 같은 사항은 여전히 논의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개인적 주장이나 이해관계로도 거스를 수 없는 현대사회 변화 방향의 하나는 전문가로 하여금 전문직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런 바탕 위에서 비로소 전문영역 간의 효율적 융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중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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