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특허소송은 변리사에 맡겨야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6 17:12

수정 2017.09.06 17:12

[특별기고] 특허소송은 변리사에 맡겨야

먼 옛날에는 주술사가 정치, 종교 및 의료까지 주관하기도 했지만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각 분야가 분리되어 저마다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하지만 특허소송 분야에서는 변호사가 옛날 주술사와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법원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정하고 있는 통에 변호사가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침해소송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특허법.실무 그리고 민사소송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변리사는 이들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응시생은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하기를 꺼린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지식재산권법을 선택한 합격자는 극소수다.

일반법률만 공부한 변호사는 고도화된 과학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특허법리도 잘 알지 못한다. 일반법률만 알면 특허침해소송 대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는 과학기술 수준이 매우 낮던 시절의 전근대적 발상이다.

실제로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내부에서는 변리사가 실질적으로 변론 내용을 준비하고 변호사는 그에 기초하여 법정에서 변론하기도 한다. 이런 아바타 변론은 비효율적이다. 변리사가 침해소송 대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빠르고 정확한 권리 구제가 가능하고 소송 당사자가 부담할 소송비용도 낮아진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는 세계적 조류다. 유럽통합특허법원, 영국, 일본, 중국은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한다. 특히 유럽 대륙을 관할하는 유럽통합특허법원은 변호사들이 심하게 반대했지만 법률 수요자인 기업들이 강력히 지지함에 따라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이 인정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변호사의 이익보다는 소비자의 이익이 고려된 결과다.

전문성은 특허분쟁을 다루는 법적 절차에서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특허심판이 존재한다. 헌법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허용한다. 특허심판이 필요한 이유는 특허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특허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전문성.특수성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특허심판을 거치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취해 왔고, 이를 20년가량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허심판의 위상 약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1심 법원이 특허심판원을 대신하게 하는 특허심판 임의절차화 시도인데, 이는 고도화된 과학기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허심판의 위상을 강화시키는 게 전문화 시대의 요청이다.

전문화 시대에는 특허전문가인 변리사가 특허소송을 담당하고, 변호사는 일반소송을 담당함으로써 각자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것이 상생의 길이다.
변호사 독식은 상생이 아니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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