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관리협회 친인척 채용은 전부 우연?
간부들 자녀.조카 50명 채용.. 정규직 전환.특별대우 논란
간부들은 "우연일 뿐" 해명.. 취준생 채용 기회 박탈에도 법적으론 비리 적용 어려워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5년간 친.인척 50명을 채용한 사실이 드러난 한국건강관리협회 친인척 채용 실태가 일부 밝혀졌다. 전 사무총장, 감사실장 등 간부의 자녀.조카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으로, 친인척들은 채용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내부 주장도 나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간부들은 친인척 채용에 대해 "우연"이라거나 "아들이 취업한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12일 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에서 선발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려면 무기계약직(정무직) 전환을 거쳐 정규직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채용, 전환 과정에서 간부 평가가 3차례 이뤄진다.
■"잘 부탁한다" 전화..교차 채용 '꼼수' 주장도
협회 고위 관계자는 간부평가의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친인척들이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녀가 지원하면 협회 간부 및 감독 기관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로부터 종종 '잘 부탁 한다'는 전화를 한다"며 "특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협회 정규직은 정년이 보장되고 간부급은 연봉 1억원이 훌쩍 넘는다.
협회 내 친인척 채용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김모 전 사무총장(당시 본부장)이 재직할 때 아들 A씨는 행정부서로 입사해 부산지부에서 정규직 사원이 됐다. 부산은 김 전 총장이 본부장으로 일했던 곳이다. 경남지역에는 김 전 총장의 조카 B씨(부산)와 C씨(경남)도 행정직으로 근무했다. 최근 협회 이사로 영전한 김 전 총장은 "아들, 조카가 같은 지부에서 일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행정직은 통상 꽃보직으로 분류되는데 친인척은 대부분 행정직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현 감사실장의 아들 D씨도 2014년 강원지부 행정직에 채용됐다. 정무직으로 승진한 D씨는 현재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감사실장은 "아들이 협회에서 일하는 사실을 몰랐다"며 "감사실에서 채용 비리를 감사하지 않기 때문에 (아들 취업이)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현 부산본부장의 딸은 행정직에 기간제로 채용됐다가 잦은 부서 이동으로 논란이 돼 지난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간부 자녀는 최근 서울 한 지부에 채용됐고 전남지부 한 간부의 경우 지난해 퇴직하기 직전 아들이 같은 지역에 입사했다. 경남지부의 한 간부는 아들과 같은 지부에서 일한다.
최근에는 친인척 채용이 교묘하게 이뤄진다는 말도 나온다. 협회 한 간부는 "친인척 채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서울 간부는 인천지부에 친인척 채용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자신도 인척 채용을 받아주는 등 교차 채용 꼼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친인척 50명을 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친인척들은 채용.모집 과정 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에서 각종 특혜를 누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협회는 이후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외부 기관에 채용을 맡겨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채는 1회 실시됐고 이후 외부 독립 채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친인척 채용이 심해졌다는 전언이다. 고위급 관계자는 "협회 1기, 2기 직원 자녀가 취업 연령대가 됐는데 취업난이 심해지자 협회로 더욱 몰리고 있다"며 "최근 입사자의 10~15%는 친인척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협회 인사부서는 친인척 확인을 위해 가계도까지 문서로 보관, 일반 직원들은 입사 후 승진 평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내부자는 "협회 내에서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며 "간부 친인척은 금수저로, 정규직 전환에 탈락해도 쪽지 발령이 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간부들이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누가 금수저인지 아는 상황에서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정인 위한 채용 아니어서 비리로 못봐"
이상혁 한국노총 법률팀 노무사는 "친인척 가계도를 인사팀에서 갖고 있다면 승진 차별, 채용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불공정한 방법으로 친인척을 채용하는 것은 취업난을 겪는 대다수 취업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협회 인사 총괄 임원은 "교사는 자식을 교사로 만들고 싶어하고 법조인은 법관으로 만들기 위해 공부시키는 데 협회도 같다"며 "선발할 인원이 없는데도 특정인을 위해 채용 인원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친인척 입사) 채용 방식에 비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