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40대 직장인 나가장씨의 경매로 집사기] 경매 참가자 줄었지만 인기 물건은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7 19:54

수정 2017.09.17 19:54

입찰 경쟁률 높은 물건은 상가.빌라보다 아파트
8.2 부동산대책 대출 규제.. 법원 경매시장까지 영향
[40대 직장인 나가장씨의 경매로 집사기] 경매 참가자 줄었지만 인기 물건은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

"9억5099만9000원에 낙찰."

12일 경매에서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대우월드마크마포 전용 121㎡ 아파트(17층)가 감정가의 101.8%에 매각됐다. 총 14명이 응찰해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공덕동 소재) 신관 209호 입찰법정 경매물건 중 가장 관심이 뜨거웠다. 이 물건은 감정가 9억3400만원에 유찰이 한번 되면서 최저가 7억4720만원까지 하락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101.82%로 감정가를 넘어선 것이다. 응찰자 2위는 9억4170만원, 3위는 9억원이었다.

열공하던 나씨가 드디어 내집 마련을 위해 경매법정을 찾았다.


회사에 미리 휴가를 낸 나씨는 지난 12일 경매 시작 30분 전인 9시30분에 서부지법 경매법정에 도착했다. 서부지법은 마포경찰서 버스정류장에서 도보 2~3분 거리여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관 2층으로 올라가자 209호 입찰법정 앞 복도에 벌써 온 참가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경매정보업체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당일 경매물건이 수록된 정보지를 3~4개 받아 훑어봤다. 또 법정 복도에 설치된 PC(4대)에서 경매 매각물건명세서 조회전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점찍은 아파트를 한번 더 살펴봤다.

■경매도 대출규제 강화로 참가자 줄어

경매시작 5분 전 법정 문이 열렸다. 자리를 잡기위해 빠르게 이동하는 참가자들 사이로 나씨도 착석했다.

이날 서부지법에선 3계와 6계의 경매가 동시에 열려 참가자가 많아 보였다. 3계, 6계는 법원의 부서 개념으로 3팀, 6팀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66개 좌석이 꽉 채워진 후 법정 뒤 공간도 참가자들로 메워지고 있었다. 일부는 복도에 설치된 모니터로 경매 법정현장 영상을 보며 입찰서류를 챙기기도 했다. 얼핏 봐도 100명 안팎 수준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경매 담당직원은 8.2 부동산대책으로 경매도 대출규제를 받아 평상시보다는 참가자가 줄었다고 귀띔한다.

법원 관계자는 "8.2 부동산대책 전 2개 계가 한꺼번에 열릴 때는 참석자들이 더 많았다"며 "정부 부동산 규제가 경매법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경매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는다. 주택담보대출 1건 이상시 LTV 30%로 낮아진다.

■옥신각신 치열한 신경전 벌이기도

이날 서부지법 경매를 결과부터 말하자면 물건 총 57건 중 낙찰은 20건이었다.

서부 3계는 유찰 25건, 매각 11건, 공고후 취하.변경 11건이다. 서부 6계는 유찰 12건, 매각 9건, 공고후 취하.변경 5건이었다.

오전 10시에 경매가 시작되자 법원 집행관이 주의사항 등을 고지한 후 경매입찰서를 배부했다. 참가자들은 독서실 칸막이처럼 생긴 책상에서 오전 11시10분까지 경매입찰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한쪽에서 한 참가자는 "남의 입찰가를 보는 것 아니냐"며 옆 사람과 옥신각신 고성이 오갈 정도로 신경전이 치열했다.

나씨는 자금사정 등을 고려해 서울 은평구 신사동 255번지 현대아파트 8층 전용 84㎡를 점찍고 왔다.

이 아파트 감정가는 3억5600만원에 1회 유찰로 최저가는 2억8480만원이었다.

경매정보업체 임차인 조사에 따르면 폐문부재로 안내문을 남겨뒀지만 아무 연락이 없는 집이었다. 점유관계가 미상이나 이 목적물에 2016년 6월 주민등록 전입세대 중 소유자를 제외한 전입세대주가 있어 임차인으로 등재돼 있었다.

현대아파트 같은 단지의 동일면적인 84㎡가 2015년 9월에 경매가 진행됐는데 당시 감정가는 2억9000만원이었다. 12명이 경합해 매각가율 99.6%로 높은 수준에 낙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규제로 경매시장도 주춤해 감정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의 낙찰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나씨는 호흡을 가다듬고 감정가의 89%에 달하는 3억1684만원을 매수가격으로 적었다. 나씨는 입찰보증금 2848만원도 잊지 않고 매수신청보증봉투에 넣었다.

■가장 인기물건은 '아파트'

오전 11시10분이 되자 경매 응찰이 종료됐다. 법원 집행관이 물건별 응찰자들을 모두 불러내 최고가 낙찰자를 발표했다. 낙찰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았다.

역시 입찰 경쟁률이 가장 높은 물건은 아파트였다. 다세대, 근린상가 등 선호도가 낮은 물건은 감정가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에도 응찰자가 적었다. 나씨가 응찰한 현대아파트는 3억4880만원(감정가의 97.98%)에 낙찰됐다. 2위는 3억2160만원(90.34%), 3위는 3억2000만100원(89.89%)이었다. 나씨는 이번에 고배를 들었다.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크게 하락하진 않은 것 같았다.

현장에서 만난 경매정보업체 직원은 "최근 경매 참가자들은 대부분 컨설팅을 받고 있어, 대결구도가 건설팅 대 컨설팅 형태가 많다"며 "좋은 물건은 낙찰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양상이어서 개인이 가격을 정해 낙찰받기 쉽지 않고, 수익성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법정 참석자들은 20대 젊은층에서부터 60~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주택 경매에 참가하러 온 40대 남성은 "올해 초에 3억원짜리 빌라를 낙찰받았는데 수익이 500만원에 그쳤다"며 "금리가 낮아 경매물건이 줄고 수수료를 제하면 수익성도 낮아졌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나씨도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한 시기에 섣불리 집을 잡기보다는 매물이 늘어나는 타이밍을 노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직장인 나가장씨의 경매로 집사기] 경매 참가자 줄었지만 인기 물건은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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