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한국 스타트업의 상징, 쿠팡의 위기는 무엇을 뜻하나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2015년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이끌어내며 기업가치 5조원이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각광받았던 쿠팡이 흔들리고 있다.

쿠팡은 지금까지 한국에 없었던 규모의 해외 투자를 이끌어낸 회사다. 이렇게 유치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국내에 거대한 물류 및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며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고 혁신적인 신기술을 최초로 도입하는데 앞장서 왔다. 쿠팡의 위기가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닌 한국 혁신 기업의 위기와 겹쳐 보이는 이유다.

■쿠팡맨 잡음에 자금난 루머까지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쿠팡은 자체 고용한 배송기사 '쿠팡맨'을 둘러싼 잡음을 겪었다.

쿠팡맨을 평가해 인센티브(상여금)를 주는 기준을 변경해 근로조건이 악화됐다는 논란부터 임금 체불 의혹까지 등장했다. 또 대규모 해외 자본을 유치하면서 국내에 새롭게 건설한 최첨단 물류센터를 담보로 잡아 거액의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는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실제로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2015년 약 1조 원의 매출을 내고도 그 절반 격인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 우려의 대상이 됐다. 2016년 또한 매출은 2조원 가까이로 늘었지만 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줄이지 못하면서 "투자금을 다 소진했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한 뒤 그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유치한 자본을 기반이 되는 인프라에 투자해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회사들은 성공을 거뒀다. 전자의 경우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이끌었던 벤처기업들이라면 후자는 막대한 시설 투자를 성공시키며 신화를 써왔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회사들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이런 대기업의 사례 이후로는 네이버 정도를 제외하곤 뚜렷한 성공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런 상황에서 30대 젊은이가 창업해 수조 원 규모의 회사를 이뤄낸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사례다. 특히 쿠팡은 연봉이 4000만 원 수준에 이르는 직영 배송기사 쿠팡맨을 수천명씩 채용하고, 물류센터와 간접고용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 기업으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급작스러운 고용 확대가 문제의 원인이 됐다.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제도 정비가 속도를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꼼꼼하지 못했던 인사 관리는 잦은 제도 변경으로 직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논란을 만드는 원인이 됐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노무 관련 이슈는 이미 철저한 내부 조사를 거친 뒤 다 해결한 상태이며 관계 부처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다"며 "아직 짧은 업력으로 인해 발생한 실수로 향후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쿠팡의 배송을 외주 택배사에게 맡기면 약 500억 원의 비용이면 충분한데도 쿠팡은 '쿠팡맨'이라는 직영 배송체제를 유지하면서 연간 쿠팡맨 인건비로만 약 2000억원을 쓰고 있다"며 "이런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면서도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며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이 실패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대규모 고용을 일으킨다거나 기술과 설비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도전에 나서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B 탐사 성공 등으로 7월 최대 월간 거래액 기록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근차근 긍정적인 소식들도 쌓였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획했다는 프리미엄 자체 브랜드(PB) '탐사'가 선보이자 마자 호평을 받았고, 2주 씩 걸리던 기존 해외 직구서비스와 달리 3일 만에 해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로켓직구 서비스도 오픈했다. 도서, 유기농, 뷰티 전문관 등 판매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올해 7월 쿠팡은 사상 최대 월간 거래액도 달성했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도 쿠팡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인천 메가물류센터가 연 1억 개 상품 출고를 소화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을 증명했고, 이커머스 시스템 전체를 클라우드로 이전해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빠르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2015년 시작된 로켓배송은 전국을 100% 커버하게 됐고 빠르고 친절한 배송이라는 고객경험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직접 고용하며 차량과 유류비, 보험 및 복지 혜택까지 제공하는 직영제 배송기사인 쿠팡맨의 등장은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보험료까지 지입제 배송기사에게 전가하던 기존 택배업계의 관행을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2년만에 매출을 5.5배 증가시키는 등 저력이 있는 기업"이라며 "최근 역대 최대 거래액을 연이어 갱신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 하고 있는 만큼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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