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미혼모 아이 키우는 그룹홈 사회복지사의 24시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7 17:03

수정 2017.10.17 17:03

여섯 아이의 엄마 노릇, 사명감만 갖고 일하기엔 너무 열악
아침부터 식사.빨래.청소에 아이들 과제까지 일과 빼곡
보육원보다 업무 강도 높고 거주근무 절반이 넘지만 월 급여는 155만원 받아
지난 11일 그룹홈을 운영하는 권혜경 행복한우리 원장은 직접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에게 김치를 찢어주고 입에 숟가락을 넣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쉴새 없이 "엄마 이거 뭐야"라고 물었다. 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11일 그룹홈을 운영하는 권혜경 행복한우리 원장은 직접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에게 김치를 찢어주고 입에 숟가락을 넣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쉴새 없이 "엄마 이거 뭐야"라고 물었다. 사진=최용준 기자

[현장르포] 미혼모 아이 키우는 그룹홈 사회복지사의 24시

"엄마 이거 봐!"

지난 11일 오후 6시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 3명은 모두 손가락으로 뺨을 가리켰다. 아이들 얼굴에는 고양이 수염이 초록색 물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세 아이는 저마다 부모가 다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혼모로부터 맡겨진 아이들은 권혜경 행복한우리 원장(60)을 엄마로 알고 있다. 권 원장은 13년째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누워있던 생후 16개월 아기부터 유치원생 3명, 초등학생 2학년, 발달장애를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등학교 1학년과 방 3칸 가정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그룹홈은 부모 사망.빈곤 등 가정해체에 따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복지시설이다. 그룹홈은 최대 7명까지 아동을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양육한다. 대규모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고 아동심리.정서 발달을 위해 가정형태 보호가 강조되면서 지난 2004년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의 한 종류로 추가됐다.

권 원장과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위해 둥그런 밥상에 둘러앉았다. 만화주인공 뽀로로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아이들은 밥보다 자신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다. 언제나 "엄마 이거 뭐야?"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권 원장은 "언젠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축복 속에서 태어나야할 아이들인데.."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침밥부터 자장가까지… 24시간 노동, 월155만원

권 원장은 "기독교 사랑 실천 신념으로 시작했지만 저녁이면 '전쟁'을 치른다"고 웃었다. 여섯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밥부터 청소, 빨래, 숙제 등 하루 일과가 빼곡하다. 관할관청이 요구하는 행정작업도 있다.

권 원장 같은 그룹홈 사회복지사는 격무 외에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문제를 겪고 있다. 복지부와 숭실대 산학협력단이 펴낸 '2016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평가'에 따르면 그룹홈 원장(시설장)은 거주근무가 절반을 넘는다. 거주근무는 사실상 수면시간을 포함해 24시간 근로로 볼 수 있다. 원장 외 보육교사 역시 22%는 거주근무 형태로 일한다.

이들은 사명감만 갖고 일하기에는 처우가 열악하다고 토로한다. 그룹홈 사회복지사는 정부지원금을 통해 인건비를 받는다. 시설장과 보육교사 구분 없이 1인당 인건비 약 187만원이 지원된다. 이중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그룹홈 사회복지사의 월 급여는 155만원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차별'이다. 보육원 사회복지사와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 차별이 있어 아동양육시설 사회복지사는 '복지부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 호봉을 인정받아 매년 급여가 인상된다. 반면 그룹홈 사회복지사는 대상에서 제외돼 호봉을 인정받지 못한다. 1년차와 10년차가 거의 같은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받는다.

■그룹홈 증가하지만 차별대우 여전

지난달 표주현 한몸그룹홈 사회복지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그룹홈과 아동양육시설은 보호아동 인원만 다를 뿐 목적이나 기능 및 아동복지시설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같다"며 "두 시설에 근무하는 보육사는 자격 및 종사하는 일이 동일해 특별히 달리 취급할 사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2004년 그룹홈을 아동복시설에 추가할 때 (그룹홈 사회복지사에 대한) 임금설계가 그렇게 됐다"며 "호봉제를 적용할 경우 갑작스럽게 해당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호봉이 없는 대신 인건비를 매년 3% 증액했으나 올해 예산측정에서는 인건비가 동결됐다"며 "다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인건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룹홈 시설과 그룹홈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의 '2017년 그룹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그룹홈 시설은 510개로 종사자는 1514명이다.
그룹홈에서 보호하는 아동은 2758명이다. 2008년 348개 시설 보호아동 1664명에 비해 시설과 보호아동 모두 증가했다.


김형태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서는 소규모 가정형 환경인 그룹홈이 현실적 대안이고 확대 추세"라며 "사회복지 중심은 대상자인 아동이지만 그 아동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종사자가 건강해야 한다"고 처우개선을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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