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건]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42년만에 무죄
김규남 애도 글 쓴 혐의.. 국내 인권변호사의 원조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김규남 민주공화당 국회의원(1929∼1972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한승헌 변호사(83.고등고시 8회)가 42년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권변호사의 원조인 한 변호사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을 변론하는 등 활동으로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린다.
1972년 한 변호사는 여성동아에 '어떤 조사'라는 글을 발표, 김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2년 뒤 같은 글을 자신의 저서 '위장시대의 증언'에 다시 실어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는 혐의로 1975년 구속기소됐다.
당시 한 변호사는 1심 재판에서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수필체로 풀어쓴 일반적인 글일 뿐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으나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9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고 출소 후 8년 동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던 한 변호사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 근거로 본 한 변호사의 진술조서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작성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한 변호사의 글 어디에서도 반공법을 언급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조서나 다른 모든 증거를 살펴봐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자신의 글에서 사형 집행을 당하는 사람을 애도했을 뿐 반공법을 폐지하라는 내용을 담지 않았고 그런 취지를 암시하지도 않았다"며 "한 변호사의 글이 북한의 선전에 동조한 글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백림 간첩단 사건 직후 발생한 유럽 간첩단 사건은 해외 유학 중 동베를린을 방문했던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활동 혐의 등으로 체포,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도쿄대 동창인 김 전 의원과 박노수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1933∼1972년)는 1969년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로 불법 연행됐고 유학 시절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과 공작금을 받은 뒤 북한 노동당에 입당, 독일 등지에서 간첩 활동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반공법 위법.간첩)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후 재심까지 청구했지만 결국 1972년 사형이 집행됐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