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지금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2 17:15

수정 2017.11.22 22:34

[차장칼럼] 지금 코스닥에 필요한 것은

남들 다 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때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는 소리를 들었다. 컴퓨터나 카메라, 스마트폰 등에 관심을 가졌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사용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새것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을 예로 들어보자. 3년 넘게 사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 모바일 메신저 등이 사용하는 메뉴의 전부다.


새것은 전에 없던 기능이 많다. 당연히 좋아 보이고 필요할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새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기능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하물며 그 '새로운' 정책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벤처산업 육성' 카드를 내놓았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10조원을 투자해 '비상장-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호재가 쏟아진 덕분에 코스닥시장에는 '불'이 붙었다. 10년 만에 8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다지 웃을 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상태가 별로인 종목들에 '바이오'라는 딱지가 붙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른다. 반대로 꾸준히 흑자를 내고 배당을 하는 종목은 단타매매나 공매도의 희생양이 돼 주가가 지지부진하기 일쑤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경고음이 들리고 있으나 이내 투자자들의 '환호' 속에 묻히고 만다.

지금의 코스닥시장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킬 정도로 과열된 모습이다. 당시 코스닥지수는 신생 정보기술(IT)기업들이 대거 상장되면서 무려 2800을 넘었다. 그러나 정점을 찍은 후 불과 9개월 만에 500선으로 폭락했다.

일부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대해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전 정권이 내세웠던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돈을 쏟아붓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투기적 장세가 '정부정책 수혜'로 포장되는 시장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 코스닥시장에 필요한 것은 지수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투자자들의 의식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고, 공시 범위를 확대하고, 상장사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도덕적 해이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그렇게 해서 시장의 신뢰를 높이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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