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금지’ 개정 놓고 변호사-세무사 갈등 고조
“국민선택권 침해”vs.“반세기 적폐청산”
본회의 상정 연기됐으나 양측 장외투쟁 심화 전망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변호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연기됐으나 양측의 장외투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4일 예정됐던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당초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날 세무사법 개정안 직권상정에 합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와 세무사 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운명은 1개월 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본회의 상정 연기…집회 자제 정당 설득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안의 효력 발생 이후 자격을 취득하는 변호사들은 세무사 업무 수행이 법으로 금지된다. 변호사들이 개정안 통과를 결사반대하는 이유다. 변호사들은 개정안이 국민선택권 침해와 함께 법률서비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변호사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은 "세무사법에서 직무로 규정돼 있는 조세에 관한 각종 신청.서류 작성.자문 등에 관한 사항은 세법의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 사무"라며 "변호사의 직무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세무 분야에서 국민이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국민의 선택권,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변호사의 신규 직역 창출을 막는 결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24일에도 2차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가 취소한채 당분간 대규모 집단행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김현 변협 회장은 "각 지방회장들과 상의한 끝에 집회보다는 협회 임원 등이 각 당 대표를 직접 찾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무사들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적극 반기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도 주는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는 56년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지지했다.
세무사회는 "변호사들은 지난 56년간 시험도 없이 세무사 뿐만 아니라 변리사, 법무사 등 많은 전문자격을 자동으로 갖는 공짜 특혜를 누려왔다"며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는 변호사들이 반세기 넘도록 지속된 적폐를 계속 향유하겠다는 고집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시험도 없이 세무사자격, 공짜 특혜"
세무사회는 "세무와 회계의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고 자동으로 획득한 자격으로는 의뢰인의 세무관련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며 "공짜로 얻은 세무사 자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맡긴 납세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 전문자격사제도는 엄정한 시험을 통해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된 사람에게 자격을 부여해야 하고 '1자격시험, 1자격 취득'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1년 제정된 세무사법 제3조는 변호사 자격이 있을 경우 세무사 자격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가 부의 요구를 한 시점으로부터 30일 뒤 본회의 부의 여부를 놓고 무기명 투표로 상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통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이 56년 만에 폐지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mail protected] 박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