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세무사
우리나라에 세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첫 번째로 실시된 세무사고시 합격자는 불과 4명이었다. 그 이전에는 세무사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세무행정도 재무부 사세국에서 직접 관장했다. 국세청은 1966년에야 창설됐다. 농업 외에는 내세울 만한 산업이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국가의 조세행정이 원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개발 초기 정부는 조세행정 발전을 위해 전문 자격을 갖춘 세무사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초기 세무사법은 세무사 자격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세무사고시 합격자 외에 변호사, 계리사, 국세.지방세 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한 공무원 등에게도 자격증을 주었다. 심지어 상법.회계학.재정학 등 경제경영학 관련 분야 석.박사 학위자와 전임강사 이상 교원들도 자격증 무임승차(세무사 자격증 자동부여) 혜택을 누렸다.
경제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무사가 돈 잘 버는 인기 직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무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세무사회에 등록된 세무사 수는 지난해 1만1000여명에 달했다. 세무사 수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세무사회는 2002년 자구책으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세무사와 변호사 간 자격증 전쟁은 16년째 진행 중이다.
정기국회 막바지인 요즘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이들의 자격증 전쟁이 치열하다. 자격증 자동부여를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주장하는 한국세무사회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대한변협 회원들이 펼치는 여론전이 팽팽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해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많이 포진한 법사위 문턱을 1년 넘게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합의하는 듯했으나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철회하면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세무사는 복잡한 세금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 자격사다. 세무 전문화 추세에 비추어 세무사 업계의 주장에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급증으로 출혈 경쟁에 시달려온 변호사 업계가 세무대리 업무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전문 직종 간 이익갈등 조정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mail protected] 염주영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