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이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타인으로 인해 진정한 나를 알게 된다면…
참으로 이상한 게, 옆에 선 이웃, 동료, 친구의 문제는 잘 보이는데 나와 연결된 문제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조언을 해도 너무 쉬운 소리를 하는 것 같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해결책, 근데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세상사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가 비슷하다. 어느 순간이 지나서 손쉽게 해결될 것 같은 타인의 문제가 내 앞의 실타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그제서야 문제를 조금 풀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렇기에 주변에 누가 있느냐는 인생에서 참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의 모습을 보며 내 모습이 어떤지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괴팍한 파리지엥 할아버지 앙리와 20대 풋풋한 아가씨 콘스탄스의 조합은 그래서 나쁘지 않다. 결국 서로의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문제들을 거울처럼 돌이켜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복이다.
회계사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앙리. 세월이 흐르면서 아내는 세상을 떠난지 오래고,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파리의 한 아파트에 홀로 남았다. 깐깐하고 퉁명스러운 말투에 아들과는 어릴 때부터 친밀하지 않았다. 강한 성격의 부모 아래 큰 아들은 40대 가장이 되었어도 주눅 들어있다. 어릴 때부터 사랑받지 못했고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택하지 못한 채 아버지가 강요한대로 원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패배의식과 미숙함이 남아있어 아버지를 마주하면 어느 순간 언성이 높아진다. 다만 아버지가 연세가 있으니 혼자 있으면 고독사 할까 염려돼 젊은 아가씨 콘스탄스에게 아버지의 집 방 한켠을 세로 내어준다.
시골에서 올라온 콘스탄스는 아버지의 부정적인 잔소리와 함께 어릴적 꿈도 잃어버렸다. 무엇을 새로 시작해볼까 생각해도 부모의 말이 가슴에 돌처럼 박혀 이내 스스로 체념하는 데 익숙해졌다. 파리에서 독립을 꿈꾸며 구한 집에서 만난 괴팍한 집주인 노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하다보니 정이 쌓였다. 각자의 목적으로 한 집에 살게 됐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생긴 우정으로 서로의 삶에 자연스러운 간섭이 일어나는데 부정적이지 않다. 앙리는 콘스탄스와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며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비춰볼 수 있게 되고, 콘스탄스 역시 앙리를 보며 부모와 자신의 관계, 딱딱한 말투 속 다른 차원의 사랑의 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 같은 이 연극은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후 2015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으로 앙리 역에 이순재와 신구, 콘스탄스 역에 박소담과 김슬기가 더블 캐스팅됐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명불허전인 배우들이어서 단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공연은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