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올해도 남은 휴가 못쓰고 포기했어요”
"연차휴가 다 쓰는 사람도 있어?" 상사 한마디에…
휴가 쓰려고 얘기 꺼냈다가 ‘왜 튀냐’ 꾸지람만 들어
대통령도 휴가 쓰는 시대, 직장 내 구시대 사고 여전
"연차휴가 다 쓰는 사람도 있느냐"
3년차 직장인 박모씨(31)는 연말 남은 휴가 5일을 쓰기 위해 팀장을 찾았다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 동기, 선배도 휴가를 다 못 쓰는 데 '왜 튀냐'는 것이었다. 휴가 3일이 이유 없이 잘려 아내와 일본에 가려 한 크리스마스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박씨는 "대통령도 휴가를 쓰는 시대에 직장 내 구시대적 사고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계획된 휴가일에 출근 강요도
직장인들이 연말 휴가 사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년간 사용하지 못해 연차 휴가가 쌓여 있지만 계획된 휴가일에도 출근을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
직장인들은 연말 남은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가 상사에게 찍힐까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2년차 직장인 이모씨(29)는 "선배들 중에는 휴가 하루도 못 썼다며 우쭐해 하는 사람이 있다"며 "'나도 안 쓰는데 네가?'하는 말이 나올까봐 휴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2일 통계청의 '2017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평균 휴가 사용일수는 5.9일이다. 1년을 일하면서 1주일도 휴가를 쓰지 못하는 셈이다. 휴가일은 2010년 7.5일에서 매년 감소 추세다. 한 취업포털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업무과다' '연차를 모두 쓰지 못하는 분위기' '상사, 동료의 눈치' 등 때문에 휴가를 가지 못했다.
회사에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휴가를 가는 게 무책임한 사람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모씨(31)는 "최근 몸이 너무 지쳐 휴가가 필요했는데 '일 대신할 사람도 없는데 무책임하다'며 거절 당했다"고 털어놨다. 승진, 경쟁이 심해 연차휴가를 반납하기도 한다. 대기업 과장 이모씨(34)는 "일이 밀려있고 무엇보다 상사가 상대 평가를 하기 때문에 휴가를 최대한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연차휴가를 하루 내면서 청와대에서 회의를 열지 않았고 7월에는 4박 5일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대통령은 "휴가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부가 휴가 사용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 역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 계획된 휴가일에 출근을 강요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해도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직장인 정모씨(31.여)는 "7월에 8~12월 9일 간의 연차휴가 계획서를 냈지만 실제는 3일을 사용했다"며 "인사팀에서 계획된 날에 휴가를 쓰라며 문서를 보내와도 팀에서 휴가를 안 가는 분위기여서 휴가일에 회사에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 "휴가 독려하지만 직원들이 안 쓰는데…"
기업들은 휴가를 독려하지만 직원들이 휴가를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차 보상금을 받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팀장은 "최근 가능하면 직원 휴가를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만 자발적으로 회사에 나와 일하는 직원들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연차휴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직원들이 마음껏 쓰면 되는데 현장에서는 회사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구조"라며 "또 휴가촉진제를 도입한 회사 역시 출근을 강요하면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