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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잡겠다던 文정부 부동산대책, '강남불패'만 조장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3 16:19

수정 2018.01.03 16:19

文정부 8·2대책 발표 이후 5개월…
'8·2대책'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안정적인 주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책목표 달성은 아직 멀어 보이고, '강남불패'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지방과 서울의 집값격차는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빚 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방향을 믿고 대출을 받아 비강남권에 아파트를 마련한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 뿐 아니라 예상되는 대출금리 인상에 한 숨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탓에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서민들의 복지확대를 위해 편성했지만, 정작 각 가계의 재산목록 1호인 집값은 되레 '부익부 빈인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시장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의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빚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文정부, 부동산 정책 5개월…'강남불패'만 확인?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서울 아파트가격 평균 상승률은 11.4%를 기록했다.
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구로 지정하고, 새해부턴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전년 상승률(7.6%)보다 더 큰 폭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다 똑같은 서울이 아니었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지난해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강남4구'다. 송파구가 20.1%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동(17.9%)·강남(14.5%)·서초구(12.8%) 등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성동(13.8%)·광진구(11.9%)를 제외한 나머지 '비강남'은 평균에 못 미쳤다.

성북구(3.55%)를 비롯해 금천(3.99%)·은평(4.21%)·중랑(4.72%)·강북구(4.78%) 등은 서울 평균 집값 상승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각 지역별로는 오히려 집값이 떨어진 곳도 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힐스테이트3차' 아파트 전용 59㎡형은 매매 시세가 1년 전 대비 500만~1000만원 하락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DTI 완화를 기회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이 지역에 아파트를 마련했다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한해 기준금리를 1.5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상대적 박탈감'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은평구 불광동에 아파트를 마련한 김모씨(37)는 "강남이나 강북 주요 도심권에 비해 교통망이나 생활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집값에 반영됐다"며 "그럼에도 같은 서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남과 동일한 대출·세제 등을 적용받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초과이익환수제 '부작용'…너무 밟았나?
아울러 지난해 강남 집값이 급등한 것은 이달 2일부터 부활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존재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는 개발로 인한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10~50%를 부담금으로 내야하는 제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가 전체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송파구만 봐도 잠실 주공5단지, 장미아파트 등 준공 후 30년을 넘긴 아파트 단지가 1만8000가구에 달한다"며 "결국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파른 집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 재건축 추진 단지는 약 7만6000가구로 전체 서울 아파트 가구 수의 5%에 불과하다. 이들은 당장 지난달에도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1.36%)를 훌쩍 뛰어넘는 2%대 오름세를 보였다.
소수의 거래만 이뤄지고 있지만 '부르는게 가격'이라는 게 함 센터장의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8·2대책 등 여러 부동산 정책은 특정지역의 가격을 타겟팅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미래 기대가격이 현실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특정지역의 가격을 잡는 정책보다는 주거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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