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젖줄, 은행이 뛴다]

대출 벗어나 투자로 영역 확장, 혁신기업의 ‘젖줄’로 자리매김

지령 5000호 이벤트

(3)기술금융, 자체 평가역량 키운다
작년 전반기만 1조1822억 투자, 대출 13조4000억 공급 급성장
6개 은행 ‘레벨3’ 평가역량 보유.. 변리사 등 영입해 ‘레벨4’ 목표
실적 집착으로 후한 평가 지적.. 질적 심사 강화로 ‘선택과 집중’

금융당국은 새 정부에서 추진해나갈 금융정책 가치 중 하나로 '생산적 금융'을 내걸었다. 중소.혁신기업 대출 확대를 통해 국가 생산력을 제고하고 경제의 혈맥을 힘차게 돌게 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기술금융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담보나 보증이 없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혁신기업들에 활로를 제공하고 있다.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기도 하고 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기도 하는 기술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은행업계는 또 한번의 기술금융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각 은행은 적극적인 인재영입과 심사능력 제고를 통해 자체 기술금융평가 역량을 높이고 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은행 자체 기술평가 역량 업(UP)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의 자체 기술평가 역량은 지난 2014년 기술금융이 도입된 이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업계가 주도하는 기술금융은 대출에 국한되지 않고 투자분야로 외연을 확대하며 당초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기술금융 투자의 경우 지난해 전반기에만 1조1822억원의 자금을 공급,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금융 대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00억원 이상 증가해 13조4000억원을 공급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하나같이 자체 기술평가 역량을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체 데이터 축적'에 있다. 기술평가가 곧 신용등급 평가로 이어지는 기술금융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평가를 통한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이제도 중소벤처금융부 차장은 "은행이 기업의 혁신기술에 대한 기술등급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여신규모, 금리 등을 책정하는데 외부 기술평가에만 의존한다면 관련 데이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은행의 자체 기술평가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에 녹여냄으로써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업계의 자체 기술평가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KB국민.IBK기업.KDB산업.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체 기술금융 평가에서 '레벨3' 수준의 기술평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금융당국의 은행업계 자체 기술금융 평가는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레벨4가 가장 높다. 레벨4는 자금을 위해 은행을 방문한 기업들의 기술 전량을 자체평가할 수 있는 단계다.

최근 실시된 기술금융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KEB하나은행을 필두로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 레벨3에 속한 은행들이 이달 레벨4 진입을 목표로 평가역량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KEB하나은행과 KDB산업은행의 경우 레벨4 진입을 위해 변리사.생명공학 박사 등 심사전문인력(20명) 확충을 일찌감치 완료하는 등 각종 평가항목에 대한 준비를 마무리하고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도 기술역량 평가에 힘을 쏟으며 지방 거점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난해 9월의 자체 기술금융 평가에서 레벨2로 올라섰고,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최우수 기술평가 은행으로 선정됐다.

■심사기준 강화로 선택과 집중

은행 기술금융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기술금융의 장기적인 과제로 기술금융 평가의 내실화.정교화를 꼽는다. 단순히 기술금융의 규모만 확대하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더 혁신적인 기술, 더 발전가능한 기업을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투자 및 대출을 위해 평가되는 기술의 등급은 가장 우수한 'T1'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T10'까지 총 10단계로 나눠져 있다. 현재 기업들은 최소 T6 이상의 기술을 보유했을 경우에만 기술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현행 기술평가가 은행의 실적과 직결돼 있어 지나치게 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금융 평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마지노선인 T6에 해당하는 기술들 중에는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들이 더러 있다"면서 "지금 당장 기술금융 실적을 위해 이런 기술들에 대해서도 대출.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기적으로 자체심사 역량을 정교화해 이런 경우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권 기술금융의 절반은 T6 수준의 기술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한층 섬세한 심사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단순 공급 규모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질적 심사 평가를 더욱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보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금융 실적을 위해 기술에 대한 모호한 평가를 내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수기술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을 검토하는 등 질적 지표의 심사 강화를 통해 기술력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지원과 금융혜택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