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노련한 영국 상대하는 '원전 팀코리아'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6:55

수정 2018.01.22 22:37

[차장칼럼] 노련한 영국 상대하는 '원전 팀코리아'

원전 수출은 꽤 복잡하다. 원전 1기 수출이 수십조(兆) 단위이니 그럴 만도 하다. 보통 원전 설계부터 건설, 운영, 폐로까지 감안하면 더 그렇다. 계약서에 운영이익(최소수익률)은 기본이며,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소재도 구속력 있게 정해둬야 한다. 전력구매 단가(발전차액보조금), 핵폐기물 처리, 공사 지연, 천재지변 등 사고 시 책임소재 및 피해보상 등 체크리스트가 수백가지에 달한다.

한전이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영국 내에서 수년째 지체된 프로젝트다.
주사업자인 도시바(뉴젠 지분 100% 보유)가 원전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모든 지분을 한전 측에 파는 것인데, 한전이 지분인수에 관해 우선협상권을 따낸 것이 지난해 말 일이다. 원전 종주국 영국(1956년 세계 최초)에 우리 원전을 첫 수출하는 쾌거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한전이 인수하게 되면 개량된 한국형 원전인 APR 1400(1400㎿급) 2기로 당초 계획된 발전량(1000MW급 3기)을 충당할 수 있다. 총 투자비용(원전 2기)은 이것저것 감안해도 300억달러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달여가 지난 현재, 우리는 한전을 중심으로 '팀코리아'를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굴지의 금융자문사(FA), 법률자문사도 정했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이 금융조달 부문에 참여한다. 팀코리아는 영국 정부 측과 몇 가지 조건을 놓고 최종 수주(주식매매계약·SPA)를 위해 협상 중이다. 익명의 관계자는 "영국 정부 측과 중요한 협상 타이밍에 있다"고 했다.

수주는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뒤탈이 없도록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그중 하나는 수익성. 즉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가 사업자인 뉴젠(도시바)과 체결한 방식은 BOO(건설.소유.운영) 형태다. 사업자가 건설비용을 조달해 발전소를 짓고 소유·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IPP(발전사업)다. 수주 국가의 수출 연쇄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리스크도 있다. 전력 구매단가를 적정하게 보장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 전력구매 단가 결정부터 인허가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지분에 어느 정도 참여(공적자금 투입 또는 보증)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원전 발주처(영국 정부)이자 공동책임자로서 국가 간 '구속력 있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영국은 노련한 나라다. 조급해하는 쪽이 손해다. 그간 우리는 원전 입찰비리 등 많은 국가적 비용을 치르며 원전산업을 키워왔다. 원전은 한전의 것만도 아니다. 팀코리아가 세심하게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절차와 결과가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고, 후에 국가적 논쟁이 없도록 하는 길이다.
탈이 나면 결국 국민들 부담이다.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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