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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發 집값 급등세 확산] '59㎡가 8억2000만원' 강남 판박이 된 강남 옆 위례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2 17:32

수정 2018.01.22 17:32

강남 집값 급등세 위례.미사.분당 등 인근 신도시로 번져
지역 공인 관계자들 "물건도 안 보고 계약… 위례도 서울 송파구 강남 오르고 잠실 오르면 그 다음은 위례 차례"
위례신도시는 최근 강남 집값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위례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트랜짓몰과 중앙광장 인근 전경.
위례신도시는 최근 강남 집값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위례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트랜짓몰과 중앙광장 인근 전경.

"다주택자 규제하면서 강남 아파트 '똘똘한 한채'가 낫다고 하는데 위례도 마찬가지다. 강남 오르면 따라 오르는데 다주택자면 다른 곳에 있는 물건부터 정리할 거다."(위례신도시 C공인 관계자)

강남 집값 급등세는 인근 신도시까지 번졌다. 강남과 인접해 접근성이 높은 위례, 미사, 분당 등은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오르고 매물도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곳 공인 관계자들은 "가격이 떨어진 매물은 단 한건도 없다"면서 "당장 볼 수 있는 물건도 거의 없다. 매물이 나오는 대로 대기자들이 계약부터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같은 경기도라도 용인, 평택 등 서울에서 멀고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은 '버리는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과 맞붙은 위례…집값 오르고 매물 자취 감춰

지난 21일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공인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중앙역 인근 전용 85㎡ 매물은 8억5000만원 이하로 구하기 힘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8억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것들이다.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규제책이 나오면 잠시 잠잠하다가 다시 가격이 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최근 강남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여기도 같이 올랐는데, 조합원 부담금이 수억원대에 이르고 재건축 연한도 늘어난다는 말에 강남 재건축에 투자하려던 수요까지 더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위례 신도시는 잠잠하고 조용해 보였다. 대부분 공인중개업소들은 전날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거래조사팀이 다운거래계약 등 불법행위 점검을 나온 뒤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간혹 문을 연 업소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잔잔한 수면 아래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위례중앙역 예정지인근 W공인 중개소에서는 "지금 볼 수 있는 매물은 하나도 없다"면서 "어제도 물건을 보지 않고 하나 계약을 시켰다"고 말했다.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매수자들은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물건이 나오는 대로 단지 위치 등만 확인하고 바로 계약을 한다는 것.

서울 송파구와 하남.성남시가 맞닿아 있는 위례 트랜짓몰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인근 또 다른 공인 관계자는 "여기는 서울 송파구다. 강남 오르고 잠실이 오르면 그만큼 못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보는 기대심리가 있다"면서 "강남이 오르면 똑같이 오른다고 봐야 한다. 최근 매물을 싹 거둬들여서 호가는 더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찾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22단지 한라비발디에 전용 59㎡형이 8억원에 나온게 있다"면서 집주인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새 2000만원을 더 부르는데 계약할 수 있느냐"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도 올 들어 거래가 신고된 위례신도시 아파트들은 지난해에 비해 다 가격이 올랐다.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 전용 95㎡가 지난해 9억3000만~9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데서 올 1월 9억6000만원에 팔렸다.

'위례 사랑으로 부영 55단지'의 경우 전용 85㎡가 지난해 7억8000만원에서 올해는 8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이 단지 같은 평형은 8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미사.분당도 꾸준히 상승…수도권 내 양극화 심화

지난 2015~2016년 분양 광풍을 일으키고 본격 입주를 시작한 미사강변도시도 강남발 집값 상승 열기를 그대로 이어 받은 모양새다.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에 위치한 '미사강변푸르지오'의 전용 84㎡는 현재 7억300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너무 비싸다 싶어도 물건이 있으면 거래가 되는 편"이라면서 "올해 들어서는 떨어져서 나온 매물은 단 하나도 없고 1000만원씩이라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한다, 집값 잡는다고 했는데 별 영향은 못 받는 것 같다"면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눈치싸움을 하고 있지만 우선은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대표 인기 주거지인 분당 역시 올 들어 계속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소형아파트 가격 상승이 계속되자 중대형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대형 가격도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P공인 관계자는 "계약금을 준비하고 매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집을 보러 가는 중에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도 있어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부른 가격보다 몇천만원은 더 오르는 일이 부기지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강남 집값 상승의 온기를 이어받는 지역은 그야말로 강남에서 가까운 수도권 일부 지역이다.


양지영 R&D연구소장은 "수도권이라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지역은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면서 "같은 지역 내에서도 입지별, 단지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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