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긴급제언 1)출발부터 잘못된 부동산정책... 시장부터 제대로 읽어라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집값 상승세 중저가 아파트서 고가아파트로 확산
도심 등 강북서 잠실로 강남으로.. 과거와 다른 양상
소득대비 집값 10년전보다 훨씬 싸... 집구입 쉬워져

(긴급제언 1)출발부터 잘못된 부동산정책... 시장부터 제대로 읽어라

"(최근 주택 가격 급등 이유는)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적 매매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주택시장에 대한 첫 언급은 이랬다. 김 장관은 2016년 5월과 2017년 5월 주택거래량을 비교한 수치를 거론하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량이 53.1%, 29세 이하는 54.0% 늘었다"고 이에대한 근거를 들었다. 시장은 아연실색했다. 김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숫자는 맞지만 숫자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 4구의 총거래량 3904건 중 5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98채, 2.5%였다. 29세 이하 거래량 134채도 고작 3.4%였는데도 증가율로만 시장을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김 장관이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정책을 펴 괜히 주택시장만 자극하는거 아니냐"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불행하게도 6개월 여가 지난 지금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전문가와 현지 중개업소 등은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실수요자들인데 모든 사람을 투기꾼처럼 몰아가니 주택시장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은거죠. 출발이 잘못됐으니 주택정책이 계속 이상하게 나오고 집값이 오히려 이상급등하는게 아닙니까."라며 한결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먼저 오르면서 고가아파트 밀어올려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르는 패턴을 잘 보라고 말한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 패턴을 보면 도심지역에서 시작해 잠실(송파)로 이어지고 강남으로 간 후 다시 도심으로, 잠실로, 강남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집값이 서울 강남의 고가주택에서 오르기 시작해 수도권 신도시와 서울 강북 등 이외지역, 지방으로 번지는 흐름이었지만 최근 집값 흐름세는 중저가 주택이 오르면서 고가주택을 밀어올리는 완전히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지역별 상승시기만 봐도 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 도심과 한강변 아파트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저금리를 바탕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서서히 오르면서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가 2017년 1월 중소형 아파트 사상 처음으로 10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이어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리버젠도 10억원을 돌파하자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들이 줄줄이 10억원대 아파트에 가세했다.

그러나 도심과 한강변 등 강북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뛰어난 송파구나 강남구는 집값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2017년 1월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면적 84㎡ 불과 10억5000만원 안팎이었다. 강북과 가격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그해 4월 말이 되서야 12억원대로 올라선 후 현재 기준 실거래가격이 16억원(이하 중층 기준)을 넘긴 상태다.

현재 16억원에 달하는 강남구 역삼동 역삼푸르지오의 경우 강북지역이 오르고 송파구가 오르고 난 6월이 되서야 12억원을 돌파했다. 즉, 강북 중저가 아파트가 잠실 집값을 밀어올리고 잠실이 다시 강남을 밀어올린 것이다.

■거래량 증가세도 강북지역서 강남으로 확산
이는 서울지역 자치구별 거래량에서도 읽을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중위권 집값을 형성하고 있는 도심권과 한강변 일대에서 먼저 거래가 늘고 이후 강남권으로 다시 소외지역이 뒤쫒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2016년 1월 거래량을 기준으로 월별 거래량이 두배로 증가하는 시점은 서대문구가 제일 빨랐다. 3월 400건으로 1월 대비 108.3%(208건)가 증가하며 상승 랠리에 불을 지폈다. 4월 들면서 강서구와 성동구가 가세한다. 강서구는 612건으로 1월 대비 118.5%(332건), 성동구는 330건으로 106.2%(170건)이 증가했다.

하지만 강남권은 강남구와 송파구, 강동구가 두달 뒤인 5월 들어서야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강남구는 765건으로 127.6%(429건) 늘고 송파구는 707건으로 118.2%(383건), 강동구는 493건으로 103.7%(251건) 증가한다. 상대적으로 소외지역인 관악구와 금천구, 도봉구, 동대문구, 은평구 등은 겨우 7월이 지나서야 거래량을 늘리며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투자자가 주택시장을 주도한다고? 천만에요"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세력도 실수요자다. 김 장관을 비롯해 정책 당국자들은 현재 주택시장 급등세가 다주택자를 비롯한 고액자산가들의 투기행위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재 주택시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직접 현장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집을 사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 어느 아파트단지를 가봐도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매물은 없다. 전세나 월세를 낀 아파트만 몇 채 있는 수준이다. 이는 다주택자가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투기가 가세하면 오히려 전세를 끼고 매입에 나서거나 자금여유가 있다면 월세를 겨냥해 매입하는게 당연한데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부터 먼저 팔린다는 것은 살집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소득 대비 집값 수준 10년전보다 훨씬 저렴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급한 마음에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수년째 상승곡선을 그리는 집값이 아직도 덜 오른 것일까. 분명한 것은 현재 주택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집값이 과거보다 싸다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3분위 소득의 가구가 서울에서 3분위 집을 살 경우 소득대비 집값의 비율(PIR)은 2009년 6월 12.0이었다. 이는 서울에서 소득순위가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서울에서 집값이 비싼 순서대로 세웠을때 중간에 위치한 집을 사는데 12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PIR은 집값이 바닥을 쳤던 2014년 12월에는 8.8까지 내렸었다. 집을 사는데 채 9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주택을 구입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이후 PIR은 집값 상승으로 계속 올라 2017년 9월 기준 11.2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구매력지수(HAI)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HAI란 우리나라 중간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 정도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때 현재의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주택 구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HAI는 2009년 12월 40.6에 불과했지만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4년 12월에는 65.9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6년 6월(61.7)까지 줄곧 60%를 넘어서다 2017년 6월에는 54.0까지 내린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값상승의 지역별 패턴이나 PIR, HAI를 보더라도 이번 주택시장의 큰 흐름은 실수요자들이 주도하는게 명백한데도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액자산가만 타겟으로 삼아 정책을 펴는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드러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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