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희롱 조장하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소주는 소문 안내면 줄게, 양주는 양껏 줄게…"
양평원 출신 제외하고 명확한 자격 기준 없어
사설학원서 속성으로 배출.. 강의중 건강식품 팔기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 기업의 성희롱예방 교육 내용 및 사후 대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 기업의 성희롱예방 교육 내용 및 사후 대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도체 제조업체 A사 회사원 A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의를 듣던 중 귀를 의심했다.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라는 50대 여성 B씨는 수치심을 일으킬만한 용어로 자신을 소개한 뒤 연령대에 따라 남성의 성적 요구에 대한 여성들 반응이 다르다며 '소주(소문 안내면 줄게)' '양주(양껏 줄게)'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교육을 들은 여직원들은 수치심을 호소하며 "성희롱 예방 교육이 오히려 성희롱을 조장하고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강사와 회사 측이 해명했지만 노조 측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고 판단, 집단 성희롱 피해 사례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강사 자격 기준 사실상 없어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근로자 10명 이상의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온라인을 이용한 사이버 교육도 가능하지만 많은 사업장은 외부 강사의 단체 강의 방식을 택한다.

문제는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 자격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30일 법률에 따르면 강의 내용에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령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처리 절차와 조치 기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 고충상담 및 구제 절차 등만 포함되면 누구나 강의를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2003년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창립해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8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전문강사가 될 수 있다. 여가부는 공공기관에 성희롱 예방교육시 양평원 출신의 전문강사를 섭외하도록 권장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사설교육기관에서는 16시간 교육만 이수해도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홍보를 벌인다.

이로 인해 강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교육 시간에 보험상품이나 건강식품을 파는 일도 벌어진다. 1시간 교육중 10~20분 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 뒤 나머지 시간에는 상품을 설명하고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이 역시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

■"민간 관리 어려워".. "정부 책임 회피 말아야"

공공 부문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맡고 있는 여가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교육은 가능한 한 양평원 전문강사가 해야 한다는 정책적 틀을 갖고 있다. 다만 수요기관이 많고 기관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일반강사를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관은 교육을 시행한 이듬해 2월까지 교육 결과를 보고해야 하고 일반강사를 사용했으면 점검시 불이익을 준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기업 교육을 일일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고용부장관이 지정.승인한 교육기관에서 수료한 강사가 강의해야 하지만 미지정 기관 수료자가 강의한다고 법적으로 처벌받지는 않고 어떤 강사를 쓸지는 사업주 판단"이라며 "강사 자질에 대한 관리나 처벌 규정이 없는 게 현실이고 최소한 교육시간에 보험 등 금융상품을 파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 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에서 계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박윤진 노무사는 하루라도 빨리 관련법을 개정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의 질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가 관련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박 노무사는 "현행법상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자격요건이 없어 회사 내 직원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최소한 관련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강의해야 하고 관련 교육기관을 엄격히 지정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교육기관이 강사 질 관리를 하도록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안되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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