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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혁신대책의 숨은 공신 '정책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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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생태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 31일 발표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은 벤처업계를 놀라게 했다. 규제를 풀고 민간 주도로 시장을 운영하겠다는 대전제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내가 정부에 호의적인 사람이 아닌데 이번 정책은 중기부 대변인처럼 옹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처업계의 양대 축인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탈협회도 1일 논평을 내며 이번 대책을 환영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벤처투자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홍 장관이 취임한 지 두 달, 업계에서 환영 받는 혁신 정책을 어떻게 내놓았을까.

여기에는 '중소기업 정책기획단'이라는 숨은 공신들이 있었다. 정책기획단은 민간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정책 과제를 찾고 실행 계획을 마련한다. 중기부 외곽에서 홍 장관을 지원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셈.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은 예종석 한양대학교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창업벤처분과장, 이원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팀장이 소상공인분과장, 김남근 변호사가 중소기업분과장 등으로 참여한다.
올 1월에 정식 발족을 했지만, 정책기획단은 홍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도 중기부와 정책기획단은 2차례의 회의를 갖고 개인적으로도 자주 모임을 가졌다.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중기부)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을 민간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진보적인 정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정책기획단 창업분과장을 류중희 대표는 "중기부에서 70~80%의 얼개는 갖춰 놨다. 우리는 중기부에서 하기 힘든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표적인 정책은 '모태펀드에 대한 민간출자자의 콜옵션 확대'다. 창업벤처혁신실 관계자는 "성장한 벤처기업에 한정된 예산을 묵혀둘 수 없기 때문에 옵션 등을 판매하고 정부는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일반인들에게는 와 닿지 않겠지만,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굉장히 혁신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벤처투자 규제에 있어서도 '네거티브 방식(법에서 금지한 범위 밖은 모두 할 수 있는 규제)'으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라며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었는데, 민간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힘을 받고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선(秘線) 조직이다', '중기부 패싱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책기획단 측은 "우리는 뒤에서 조용히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류중희 대표는 "기획단이 꾸려지고 제언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많은 정책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이미 조직 내부에서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기획단은 디테일한 부분만 신경 쓴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