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쫓겨나도 속수무책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근로기준법 적용 안돼.. 일방적 해고통보 만연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거나 버릇이 없다는 등 사유를 들어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을 쫓아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기준 적용에 예외를 둬 현실적인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일하던 정모씨(26)는 지난달 28일 점주에게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달라"고 했다가 3시간 뒤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점주의 문자메시지에는 "같이 일하지 말자는 뜻으로 들린다"며 괘씸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정씨는 "정당한 요구를 했다가 오히려 해고당했다"며 "당장 생활비도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지만 구제 방법은 딱히 없었다.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씨는 이달 2일 해당 사업장 앞에서 '최저임금 준수 및 해고예고 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공개 시위에 나섰다.

■사업주 부담 커지는 연말, 연초 집중

정씨와 같은 알바생들은 이렇게 해고를 당하고도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영세 사업장에 대해 해고 규정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기법에 따라 직원을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지만 편의점 등 직원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이런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사업주는 30일 전에 통보(해고예고)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해고자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해고 회피 방법이나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글은 '최저임금을 달라고 하니 바로 해고당했으니 최대한 요구를 자제하라' 'X가지 없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주휴수당 요구했더니 쫓아냈는데 방법이 없겠죠'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을 앞두거나 적용해야 하는 연말, 연초에 해고 사례가 집중된다. 사업주들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해고로 알바생들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던 유모씨(27.여)는 사장에게 '다음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유씨는 6개월간 일하기로 구두계약했지만 일방적으로 파기된 것이다. 유씨는 "월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동생과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데 해고를 당하니 당장 막막했다"며 "다른 일을 알아볼 때까지 근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12월~지난해 11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르바이트 관련 민원 1621건을 분석한 결과, 부당해고가 582건(35.9%)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장기 근무를 약속했으나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전 조사(2013년 12월~2015년 11월) 때 부당해고 민원이 5.2%였다는 점을 감안하며 급증한 것이다.

■고용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검토

이상혁 한국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도 30일 전 해고 통보를 하지 않으면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복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이고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며 "해고 관련만이라도 예외 적용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9년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조항이 평등원칙을 침해한다는 위헌 제청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과 국가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을 검토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구제를 받지는 못하지만 소송을 제기해 근로자지위를 확인받을 수 있다"면서도 "사실상 소송 진행은 어렵기 때문에 관련법 전면 적용 등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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