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늘려 주세요" "매운맛 줄여주세요" 식품시장 히트상품 뒤엔 '넷심' 있다

지령 5000호 이벤트

롯데 '거꾸로 수박바', 열흘만에 100만개 판매
넷심 반영 '팔도비빔면1.2' 깜짝 실적.. 비빔장 별도 출시

인터넷 민심, 이른바 '넷심'을 반영해 탄생한 신제품들. 왼쪽부터 해태제과 '고향만두 화낙신낙', 롯데제과 '거꾸로 수박바', 팔도 '만능비빔장', 대상 청정원 '안주야'
인터넷 민심,이른바 '넷심(net心)'이 식품업계의 '히트작 등용문'으로 부상했다. 식품시장도 SNS를 통한 입소문이 소비트렌드를 주도하면서 SNS상의 '프로슈머'(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관여)의 활약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가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의 리뉴얼 과정에 온라인 상의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넷심'을 잡아라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만두 모양의 과자 '화낙신낙'을 출시한 해태제과는 제품의 이름을 결정할 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국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해태제과 신입사원 편에서 조세호가 제안한 '화낙신낙(불처럼 매운 만두)'과 양세형이 제안한 '시뻘만두(씨벌건 매운 만두)'가 붙어 화낙신낙이 승리한 것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이름을 정하는 SNS 이벤트에는 총 34만명이 참여하며 화제가 됐다"며 "화낙신낙은 과자로는 최초로 고객이 정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도 넷심으로 히트한 대표사례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수박바의 열매부분(빨간색)보다 양이 훨씬 적은 껍데기 부분(초록색)이 더 맛있다고 평가했고, 롯데제과는 이를 반영해 초록부분이 더 큰 거꾸로 수박바를 출시했다. 편의점 CU에서만 판매가 됐음에도 거꾸로 수박바는 출시 열흘 만에 100만개가 팔리고 빙과류 제품 중 여름 내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제과 업계 히트 상품 기준인 10억원의 5배에 달하는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름 비빔면의 대표 팔도 비빔면의 양을 늘린 '비빔면1.2'도 넷심을 따라 깜짝 실적을 냈다. '한 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인터넷 민심을 따라 면과 액상스프의 양을 20% 늘린 제품을 출시한 것. 한정 출시한 1000만개는 50일 만에 매진됐고, 추가 판매 요청으로 추가 생산한 1000만개도 순식간에 매진됐다. 또 지난해 9월 출시한 '팔도 만능 비빔장'도 지난해 4월1일 팔도가 기업 블로그를 통해 '비빔장 출시' 거짓말 광고를 한 게 시초가 됐다. 소비자 요청이 뒤따랐고 팔도는 만능 비빔장을 시험 생산한 뒤에 이후 정식 출시했다. 비빔장은 현재까지 100만개 이상 판매되며 팔도의 새 효자 상품이 됐다.

■소비트렌드 넷심이 주도

식품 대기업들도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거나 아예 소비자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CJ제일제당은 '톡톡 주부 연구원'과 '톡톡 주부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톡톡 주부 연구원 1기를 시작으로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제품을 기획하고 실제 제품화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비비고 곤드레나물밥'은 2011년 한 주부 연구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 실제로 제품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 70건이 넘는 주부 연구원의 아이디어가 현재 상품화를 준비 중이거나 다른 제품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의 안주 간편식 브랜드 '안주야(夜)'도 마케터가 대형마트에서 우연히 '포장마차 안주 간편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의견을 듣고 개발에 착수한 제품이다. 3조원을 돌파한 국내 간편식 시장에 안주 전문 간편식이 없었던 상황에서 고객의 틈새 수요를 잘 파고든 것. 논현동 포차스타일의 '무뼈닭발', '불막창', '매운껍데기' 등을 대표 상품으로 안주야는 지난해에만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냉동안주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출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대표 히트상품이다. 기존의 매운 불닭볶음면에 치즈를 넣어 먹는 소비자들의 레시피를 참조해 매운맛을 줄이고 모차렐라치즈분말 등을 첨가한 새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정판으로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2300만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