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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발코니 확장비용, 이거 실화냐?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4:17

수정 2018.03.15 14:17

준공 된지 15년차에 들어가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여기저기 손을 봐야할 곳이 눈에 보인다. 주방 싱크대는 삐걱 거리고 거실 마루는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고 화장실 욕조는 아무리 닦아도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커가니 방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분에 안맞는 집을 구할 수는 없고 적당히 타협을 보자고 알아본 게 리모델링이다.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았으니 이것만 넓혀도 쓸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어설프게 알아보니 비용이 3.3㎡ 당 100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
옛날 기준으로 25평이면 2500만원, 32평이면 3200만원이니 평범한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쉽게 넘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 공고를 보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발코니 확장비용이다.

지난달 과천지역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의 84㎡형 발코니 최고 확장비용은 2398만5500원, 59㎡형은 1551만9900원이었다. 인근 용인에서 분양한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84㎡A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비용이 2953만9000원으로 3000만원에 육박했다. 조만간 분양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84형 발코니 확장비용도 최고 2740만원이나 된다.

이들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용이면 웬만한 집들이 발코니를 트고 새 아파트 처럼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게 실화냐"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또한가지는 발코니 분양아파트들 간에도 확장비용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이달 서울에서 분양한e편한세상 보라매2차의 발코니 확장비용은 앞서 세 곳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17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분양한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84㎡형의 발코니 확장비용도 최고가 1316만원이었다. 분양아파트들의 설계가 다르고 그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차이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 분양가를 낮춘 건설사들이 차액을 발코니 확장비용으로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고분양가 아파트에 대한 분양보증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2016년 3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녹번의 84㎡형 최고 발코니 확장비용은 1090만원, 같은해 6월에 분양한 목동 롯데캐슬 마에스트로는 990만원이다. 같은 해 7월 분양한 흑석뉴타운 아크로 리버하임의 84㎡형 발코니 확장비용도 1375만원이 가장 높았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할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다만 발코니 확장비용이 말 그대로의 확장비용인지는 의문이 가는 게 사실이다.
의혹처럼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니 발코니 확장비용을 높인 것은 아니길 바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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