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재 산업기술보협회장 "인력낭비 창업생태계 바꿔야"
"중국 청년인재들은 창업열풍에 빠져있다.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이력서만 쓴다"
중국 선전(深圳) '유니버시티 타운(深圳大学城)'을 최근 방문한 박희재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회장은 중국 청년 벤처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체험한 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중국식 벤처기술 보호 시스템이 선전 유니버시티타운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을 박 회장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선전은 홍콩 북쪽에 수십여분 거리에 위치한 경제특구로 지난 1980년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곳이다. 지난 2002년 선전시는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하얼빈공대와 공동으로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유니버시티 타운을 건립했다.
박 회장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쓰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한국 대학생들과 달리, 선전 유니버시티타운에는 20대 초반의 앳된 학생들이 창업관에 옹기종기 모여서 창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대학생들이 실제 창업한 회사에 가보니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하는 구사하는 직원들이 글로벌 벤처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대형 자본들은 중국의 청년 벤처창업인들이 개발한 독자기술에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불법 기술탈취가 만연했던 중국도 이제는 제 값 주고 벤처기술을 사가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래 성장의 싹인 청년 벤처기술의 보호에 눈을 뜬 것이다.
■중국에 뒤진 우리대학 창업생태계
중국 정부는 선전 단지에 창투자와 기술지주회사를 함께 정착시켰다. 투자회사가 무려 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의 대덕연구단지는 연구소만 내려왔고 창투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박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선전 유니버시티 타운은 대학들이 단순 연구 개발만 하지 않고 실제로 상업화하고 창업을 하도록 최고의 생태계를 조성했다. 4차 산업시대를 주도할 미래 성장의 싹을 키웠다. 박 회장은 "유니버시티 타운에서 운영하는 자산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면서 "100억원 수준의 한국보다 천배 가까이 많다"고 부러움을 보였다.
중국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대학 벤처 육성을 통해 젊은 창업자들을 육성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산학은 보잘 것 없다는 게 박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 1호 벤처를 성공 시킨 장본인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98년 서울대 공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학내 실험실 벤처 1호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창업해 성공한 경험을 지녔다. 이 회사는 지난 2005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고 '무역의날' 수출 7000만불 탑 수상도 했다. 박 회장은 회사의 확장성을 위해 지분 일부와 경영권을 에스에프에이에 넘겼다.
대학 내 창업벤처 성공신화의 장본인인 박 회장이 보는 국내 대학창업 생태계에 대한 쓴소리는 국내 산학계에 경종을 울릴 법하다.
박 회장은 중국 선전 유니버시티 타운의 창업 생태계를 한국의 대학들이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대학벤처의 산학협력이 이뤄지면 국가적 재난수준인 청년실업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산학협력 분야에서 한국은 대단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박 회장은 평가했다. 교육계와 산업현장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한국은 산학협력이 실업계 고등학교 쪽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대학의 기술 산학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취업률 높이기에만 치우쳐 있다"고 질타했다. 교육부가 취업률이 높은 대학에 지원금을 책정하고 있고, 대학들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밀어내기 식으로 취업률 높이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대학가에 많았다.
박 회장은 "교육부가 제대로 된 산학협력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의지는 많은데 대학을 건드릴 수가 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학협력 교수들에게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훈련하는 비용을 지원했더니 취업 성과도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산학협력 플랫폼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문에 매달려 산학협력 낙후
우리나라 대학은 산학협력보다도 SCI(과학기술 문헌 인용색인)에 논문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풍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박 회장은 함께 조언했다. 그는 또한 "대학 평가에서 SCI만 앞세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논문만 쓰는 대학은 소 키울 사람은 없고 모두 서당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오래된 지론이다.
산업기술보호협회는 대학 벤처들에 대한 기술 보호에도 향후 노력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을 지원 받아서 중기·벤처 기업들의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산업기술보호협회는 중소·중견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보안원터치 지원사업도 진행중이다. 올해 말까지 8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협회의 기술보호는 방산 영역도 포함한다. 지난 2016년 5월 방산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지난해에는 160개 방산 관련기업을 방문, 기술보호지원, 보안관리 방안, 보안교육 등을 가졌다.
국정원과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중요성 공동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국정원은 산업기밀보호센터 콜센터(국번 없이 111)를 통해 기술 유출 신고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새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중소기업 기술보호와 무관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기술 위주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술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예산 및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