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꿈을 안고 건너온 南, 그 길을 이어드립니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6 16:57

수정 2018.04.26 16:57

법무법인 세종 ‘나눔과 이음’ 북한이탈주민 정착 도움
매년 탈북대학생 선발해 장학금 지급하고
민사·형사·근로기준 등 무료 법률 상담도
탈북주민 71%가 女.. 성희롱 예방 교육
자립 위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꿈을 안고 건너온 南, 그 길을 이어드립니다


우리나라에 삶의 터전을 꾸린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은 지난 3월 통계치로 3만1531명에 이른다. 공식통계가 처음 나온 1998년 당시 1000명을 밑돌았던 탈북자 규모와 비교해 20년만에 무려 30배 이상이 국내로 들어온 것이다.

탈북자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생활면에서는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과 비교해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입국 탈북자의 생계급여 수급률은 24.4%로, 국내 평균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난을 피해 남으로 왔지만 여전히 뿌리 깊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공익법인 '나눔과 이음'은 아직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채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통일시대 리더 육성하는 '탈북대학생멘토링'

나눔과 이음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과 이음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현재 김용담 전 대법관(71.사법연수원 1기)이 이사장을 맡아 대표적 소외계층인 탈북자의 한국 정착과 사회통합 지원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미성년 탈북자들이 리더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탈북대학생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일반 청소년과 비교해 미성년 탈북자들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탈북자 가운데 초.중.고 학업중단자 비율은 2016년 기준 2.0%로, 국내 평균 0.81%와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대학에 진학해도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은 탈북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매해 9월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서울남부하나센터를 통해 심사를 거쳐 탈북자 대학생 7명을 탈북대학생 리더로 선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세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멘토들과 월 1회 이상 교류를 갖고 학습지도 및 정서적 지원도 받는다. 또 장학생 스스로가 탈북 중.고등학생의 진로지도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긍정적인 선순환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11명의 학생들이 1인당 연간 48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받아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서울남부하나센터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받은 장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프로그램 만족도는 80%에 이른다.

멘토링 활동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아직 어린 멘티들이 인생에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며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멘티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의 멘토변호사와 멘티 대학생들이 함께 북한식 두부밥을 만들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멘토변호사와 멘티 대학생들이 함께 북한식 두부밥을 만들고 있다.


■탈북자 법률고민 해결… 성폭력 예방 교육도 준비 中

일상생활에서 각종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해 무료 법률지원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서울남부하나센터를 월 1회 방문해 정기적인 생활법률교육을 하고 있고 수시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민사.형사.근로기준.가족관계법 등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도 진행 중이다.

주로 상담이 이뤄지는 분야는 가족법이다. 나눔과 이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서유진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는 "탈북자 중에는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오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탈북여성의 경우 수십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남한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홀로 국내로 들어왔을 때 북한이나 중국 배우자와의 관계, 아이를 남한에 데려오는 방법 등 법률적인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세종의 변호사들은 한국의 탈북민 관련 특별법.국적법.중국의 호구(호적)제도 등을 검토해 탈북 여성의 다른 가족들에 대한 대한민국 국적취득, 입국 및 가족관계등록부 등록방법 등 자문을 진행한다.

또 탈북 브로커와 관련한 문제나 근로관계에 관한 기본적 법률관계, 법치주의와 세금 문제, 형사적 문제 발생 시 대처 요령, 주거 및 자녀 교육의 법률문제, 탈북민끼리의 대여금청구 문제 등 해결방안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탈북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폭행 예방 교육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 변호사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 중 약 71%가 여성"이라며 "이들의 경우 무엇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관련 교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자립하도록 창업 지원도 나서

탈북자들은 문화적.교육적 차이로 취업 경쟁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세종은 이들이 창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주최해 상금 지원 및 창업에 필요한 자본을 무보증.무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대회 수상자는 8년 동안 북한 청진조선소 선체조립직장에서 용접작업 반장으로 일한 경력을 살려 한국에서 금속판 제조업체를 창업하는 데 성공했다.

세종은 수상자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인 문제에 관한 자문도 담당한다.


김용담 이사장은 "남한과 북한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이야말로 남북통일시대의 주역"이라며 "남한에 와있는 약 3만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야 이후 다가올 통일시대에 남.북한 사람들이 사회통합을 이루면서 진정한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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