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남아파트 경비원 대리운전 논란 15개월만에 '내사종결'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비원들 노동청 재진정 검토.. 체불관련 민사소송 진행 중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압구정 구현대 아파트 경비실에 주민 차량 열쇠가 보관돼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압구정 구현대 아파트 경비실에 주민 차량 열쇠가 보관돼 있다.

경비원이 휴게시간에 아파트 주민 차량을 대리주차해 논란이 된 서울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사건에 대해 노동청과 검찰이 "고의성이 없다"며 15개월 만에 내사종결 했다. 검찰이 '과거에는 (경비원들이)문제 삼지 않았다'는 이유를 판단 근거로 제시하자 전문가 및 경비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노동청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3차례 의견 피력했지만…"

29일 서울강남노동청에 따르면 노동청은 23일 검찰의 수사 지휘 결과를 근거로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경비원 휴게시간 미보장에 따른 임금체불 진정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내사종결 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40여명은 2017년 3월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일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이들이 주장한 체불액은 3년 간 8억원이다. 경비원들은 2014년 휴게시간이 3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었지만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경비원들이 별도 휴게시설이 없어 24시간 경비실에서 무전 지시 등을 받으며 대기한 게 업무의 연속인지, 사측에서 지휘 감독했는 지 여부다. 특히 경비원들이 매일 약 700여 대를 대리주차 해야했고, 주민들이 휴게 시간에도 운전을 요구해 경비원이 쉬지 못한 점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전직 경비조장은 주차업무를 지시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측은 경비들이 주민들에게 사례금을 받기 위해 대리운전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이 반상회비를 통해 받은 돈은 운전을 하지 않는 우체부, 청소원 등도 받았고 금액도 각 동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1년 5개월 조사한 노동청은 "경비원이 휴게시간 동안 업무를 했다"며 검찰에 3차례 기소의견을 피력했다. 복수의 노동청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이 운전을 할 수 있지만 경비원에게 시키고, 이들을 채용할 때부터 운전면허증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고의성이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측이 대리주차를 지시하거나, 휴게 시간 중 근무를 지시했다는 명확한 근거나 고의성이 없다면서 결과를 뒤집었다.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검찰의 '수사지휘 결과'에서 내사종결 사유는 5가지다. 검찰은 경비원이 차량 관리를 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았다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경비원이 주민들로부터 일정 사례금을 받아왔다는 점과 차량 열쇠 보관함을 경비원들이 직접 만들어 운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대리 주차행위나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과거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 "과거에 문제 삼지 않았으니 고의성 없어"

노동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검찰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검찰은 경비원이 돈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리운전을 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런데 운전을 하지 않는 청소부 등도 사례금을 받아왔다는 사실로 볼때 경비원이 운전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고, 차키 보관함을 누가 만들었는 지는 업무 여부를 따지는 것과 관계 없는 요소"라고 했다.

김수영 변호사는 "경비원 채용 시 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건 아파트에서 대리주차를 시켰다는 고의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데, 반영이 안된 거 같다"고 했다. 특히 이들 전문가들은 검찰의 판단 근거 중의 하나인 '과거부터 문제삼지 않았다'에 대해 "부실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노동자 대부분은 부당함을 당해도 생업을 위해 문제삼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부분을 판단 근거로 쓴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론을 내놓고 근거를 끼워 맞춘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단지 과거에 문제삼지 않아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건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실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경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진정을 대표한 전직 경비원 김모씨는 "정말 괴롭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4년부터 매년 노조위원장이 휴게시간 보장하라고 문제 삼았다"며 "뿐만 아니라 한 경비원은 입주민의 대리주차를 거부하다 폭행을 당하고 민원을 받은 사실과, 경비 조장이 주차업무 지시를 했다는 자필 진술서를 써 모두 노동청에 제출했다. 검찰이 모두 살펴봤는 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비원들은 노동청에 재진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체불관련 민사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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