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망일 따라 달라지는 보훈수당

6·25 전몰군경 자녀수당 논란
1997년 12월 31일 이전 사망 105만4000원
1998년 1월 1일 이후 사망 12만4000원

"어머니가 늦게 돌아가셨다고 보상금을 조금 주는 게 말이 되나요."

6·25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서 아버지가 전사한 박민정씨(68·여)는 매달 통장에 찍히는 12만4000원의 수당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박씨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 2016년 신설된 '6.25 전몰군경자녀수당'을 받고 있다. 문제는 박씨가 다른 유족들보다 수당을 90여만원이나 적게 받는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98년 이후에 돌아가셨다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어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수당을 조금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아버지가 차별 대우를 당하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군인과 경찰관들의 자녀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보훈수당이 자녀의 어머니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9배 가량 차등 지급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급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하루 차이로 수당 8.5배 차이

5일 유족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보훈처는 1998년 보훈 급여 확대 지급을 위해 '6.25 전몰군경자녀수당'을 신설하고 2001년에 시행했다. 이전까지 보훈 급여는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에게만 지급했었다. 이후 유자녀 사이에서 수당지급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1997년 12월 31일 이전에 어머니가 사망한 자녀에게만 매달 100여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1998년 1월 1일 이후 어머니가 사망한 자녀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자녀와 일부 보훈단체 등에서 수당 지급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국회는 2015년 시점을 기준으로 수당 지급을 금지하는 단서조항을 삭제한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16년 7월부터는 어머니가 1998년 이후에 숨진 유자녀들도 수당을 받게 됐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같은 법 시행령에서 여전히 어머니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수당을 차등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8년 월 수당 지급액은 '1997년 12월 31일 이전에 어머니가 사망했을 경우' 105만4000원이다. 반면 '1998년 1월 1일 이후 어머니가 사망한 경우'에는 12만4000원(생계곤란자 22만8000원)으로 8.5배 가량 차이 난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1998년 이후에 어머니가 사망한 유자녀의 숫자는 1998년 당시 363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1만246명이다. 1998년 이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유자녀 숫자인 1만603명에 육박한다.

■"보훈은 예산이 아닌 의지의 문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유자녀들의 전몰수당을 중위소득의 40% 수준으로 받을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자녀의 2019년 월 지급액은 약 68만원 정도다. 2016년 7월 발의된 개정안은 현재까지도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화룡 6.25 전몰군경 미수당유자녀회 회장(69)은 "수당을 받지 못하는 유자녀들의 평균 나이가 70살을 넘었다"며 "참전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매년 6월만 되면 정부와 보훈처는 말로만 호국 영령들을 책임진다고 말한다"며 "국가를 위한 희생에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보훈처도 해당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유자녀 수당액이 적어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지급액은 그간의 보상금 지급기간 및 국가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