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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답이다-디지털이 바꾼 일상] '변호사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AI 조수는 변론 준비도 뚝딱뚝딱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6:53

수정 2018.06.20 16:53

복잡한 리서치·상담 척척.. '아이언맨' 자비스 현실로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인공지능(AI) 비서인 '자비스'로부터 전투를 비롯해 자택 관리나 해킹 등 다양한 업무에서 도움을 받는다. 위급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는 자비스를 통해 토니는 임무에 성공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AI 법률 시스템'은 변호사들의 자비스다. 대륙아주에서 법률 AI를 연구하는 '리걸 프런티어 팀' 소속 김형우 변호사(38·사법연수원 39기)는 이 시스템에 대해 "짧은 시간에 방대한 자료를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효과가 크다"며 "일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변호사로서 자신감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대륙아주가 도입한 시스템은 검색단계별로 '유렉스(U-LEX)' 'QA머신' '법률챗봇 로보(Lawbo)'로 구분할 수 있다.

■'법령부터 판례'까지 모든 정보 한눈에

유렉스는 궁금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 간단한 문장으로 입력하면 원하는 답과 관련자료들을 시각화해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어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민법과 형법은 물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이 화면에 떠오른다. 각각의 법을 누르면 묶여 있는 법령이 거미줄과 같은 관계망으로 표시되고, 관련된 판례들이 차례로 제시된다.

기존의 법령 검색 시스템과 달리 정확한 키워드가 아니라 모호한 문장만으로도 관련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유렉스의 장점이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은 유렉스에 탑재된 자연어 처리 및 법률 추론 엔진 덕분이다. 만약 질문에 '한의사가 CT를 촬영했다'는 내용이 있다면 유렉스가 자체적으로 이를 의료행위와 관련된 사례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리서치 업무다. 변호사들은 기존의 지식과 연구결과를 신속히 찾아내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는데, 유렉스는 이러한 업무시간을 큰 폭으로 줄여줄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2~3일 걸리는 업무를 하루 내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유렉스는 짧은 시간에 방대한 자료를 처리하기 용이하다"며 "갑작스럽게 찾아온 의뢰인의 질문에도 유렉스가 제공하는 단서들을 통해 임기응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도와주는 '유렉스·QA머신'…간단한 질문엔 '법률챗봇 로보'

유렉스가 폭 넓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받아볼 수 있다면 QA머신과 법률챗봇 로보는 좀 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놓치는 것 없이 빠짐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유렉스는 불필요한 결과물들도 포함될 수 있다. QA머신은 범위를 좁혀 공정거래법, 금융법, 건축법, 지식재산권법 등 특정 분야를 정해서 의도와 맞지 않는 답변을 배제시킨다.

로보는 한 걸음 더 나가 직접적인 해답을 준다. 로보에 '기자가 강의를 하고 돈을 받아도 되나요'라고 검색을 해봤더니 '가능하다'는 대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어 상단에는 사립대학교 교수가 1시간씩 2회의 강연을 하고 200만원의 강의료를 지급받았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떴다. 하단에는 관련 내용을 보도한 여러 매체의 기사들도 볼 수 있었다.

■AI가 변호사 대체? 아직은 시기상조

AI 시대에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변호인들이 늘 순위권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의 AI 법률 시스템은 개별 변호사의 역량을 키워주는 조력자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동현 변호사(36·변호사시험 4회)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기존의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나왔다고 버스기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졸음운전을 막도록 보조하는 단계인 것처럼 변호사의 업무를 돕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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