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중기기본법 개정, 정책 방향은] "중기부, 정책 집중… 세부실행은 산하기관에 과감히 맡겨야"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경만 중기중앙회 본부장, 중기부로 정책건의창구 일원화…현장 갈증 해소 기대
신보·생산기술硏 등 지원기관도 중기부로 이관해야
노민선 중소기업硏 연구위원, 중기육성 종합계획 주기 현행 3년서 5년으로 늘려야
소상공인 비중 높은 점 반영… 전담조직 도입 검토
임채운 서강대 교수, 바뀐 기본법 동력 얻으려면 하위법령 개정 서둘러야
16조원 넘는 1347개 지원사업 구조조정도 시급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정부-지자체 중복사업 많아..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기업 400만곳 맞춤 전략 위해 내부 조직 개편도 필요

#.중소기업청장을 할 때 타 부처와의 협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 실례로 재도전 지원 사업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자체, 대학 그리고 그 산하기관에서도 하고 있다. 그리고 재도전 관련 정책을 바꾸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등 여러 정부 부처와의 조율이 절대적인데 중소기업청장 시절엔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이제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고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니 '청' 당시보단 일이 쉬울 것이다. 그러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타 부처에서 보다 협력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한정화 한양대 교수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에 따른 중소기업 정책방향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과 임채운 서강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왼쪽부터)이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에 따른 중소기업 정책방향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과 임채운 서강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왼쪽부터)이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중소기업 정책이 진일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본법(1966년 시행)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을 전혀 갖지 못했던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되고 6월 12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기본법은 '다른 여러가지 법의 기본이 되는 법'으로 개별법보다 우선한다. 중소기업기본법은 그동안 국내 기본법 중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기본법 체계를 갖추지 않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체계가 허술하고 상위법으로 기능을 못하니 정책 중복과 혼선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전면 개정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번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중기부 장관에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육성 및 보호에 관한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개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향후 중소기업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명했다.

[중기기본법 개정, 정책 방향은] "중기부, 정책 집중… 세부실행은 산하기관에 과감히 맡겨야"

―지난 6월 12일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임채운 서강대 교수=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본법이자 상위법인 중소기업기본법을 중소기업 중심 경제와 조직 승격에 맞게 권한을 강화되고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에 관한 법적 통할권을 확보한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까지 총괄하고 타법률 제.개정 시에도 이 법의 목적에 맞도록 강화한 것은 잘된 일이다. 총괄조정 기능뿐만 아니라 평가 기능까지 포함됐다. 이는 상당한 진전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중기부가 중소기업 관련 주요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중소기업 정책심의회를 설치.운용함으로써 각 부처의 중소기업 정책을 보다 일관성 있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정책 건의창구를 중기부로 일원화했다는 점에서 중기부의 중소기업 현장애로 해결 역할이 확대돼 기대가 크다.

▲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을 보면 중소기업의 충격이 너무 크다. 대기업이 떠나면 순식간에 고용, 지역경제, 협력중소기업이 초토화된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의 충분한 반면교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추진동력이 약해서 미리 대처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기본법 개정으로 산업경쟁력 약화에 대응하는 중소기업 전략을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추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과거 중소기업청의 역할이 집행 중심이었다면 이번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정책기획과 평가 기능을 보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정책 하드웨어가 마련되었으니까, 이제는 실제 정책을 실천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활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기본법에 추가되거나 보완.수정되어야 할 조항들이 있는가.

▲임채운=기본법 개정안에 기본이념과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문이 누락됐다. 확실하게 넣어야 한다.

▲고대진=기본법 해석에 있어서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곳곳에 들어 있는데 보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개정된 기본법을 보면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관한 업무만 총괄조정할 수 있다. 타 법률의 제·개정 시에도 중소기업 보호.육성의 경우에만 이 법의 목적에 맞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보호라는 표현은 너무 한정적이고 인큐베이터 같은 느낌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우선주의로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의 중소기업법처럼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경제정책 수립 시 혹은 규제도입 시 중기부와 협의하도록 확대해야만 진정한 중소기업 중심 경제의 구현이 가능하다.

▲노민선=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에서는 중소기업 육성 종합계획의 수립 주기를 3년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5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기본법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타 기본법의 경우 모두 기본계획 수립 주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외의 중소기업 관련 전략계획의 경우에도 5년을 주기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책 방향성을 5년 주기로 제시하고, 연도별 실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정책의 세부 이행정도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진=중소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 현장이나 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으면 좋겠다.

―기본법 외에 향후 어떤 후속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김경만=정부 산하기관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스마트공장의 경우 산업부에서 중기부로 대부분 넘어왔지만 추진단은 여전히 산업부에서 컨트롤하고 있다. 중기부가 보다 확실한 중소기업 정책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서 신용보증기금, KOTRA, 생산기술연구원, IBK기업은행과 같은 중소기업 지원기관을 중기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마트공장, 네트워크 협동조합 육성, 청년장병 중기취업연계사업 등 여러 부처의 협력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 중기부가 부처 간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조정을 통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더불어 그동안 지적돼온 △반복.중복 지원 △지원업체 생산성 하락 △도적적 해이 문제 및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효과에 대한 비판 등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임채운=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이 만들어져야 하며 기본법 하위 법령에 대한 개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평가와 예산이 함께 반영되어야만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 기본법 하위 관계법들로는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대한 법률 △중소기업 기술혁신촉진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대.중기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 사업 전환에 관한 특별조치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은행법 등이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중기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2017년 기준으로 1347개에 이르며 금액으로는 16조60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개수와 금액이 매년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중기부는 정책에 보다 집중하고 실행업무는 산하기관에 대거 이양해야 한다.

▲노민선=중기부가 명실상부한 '부'로서의 역할을 위해 정책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소기업 정책담당자들이나 지원기관 실무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들의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 정책 전반의 효율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 교육 기관 설립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정책 추진과 관련해서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고대진=현재 중소기업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복지원과 규제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는 산업부, 인력관련은 고용부, 입주기업은 중기부가 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유사.중복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비효율성이 꾸준히 지적돼온 만큼 중기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임채운=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려면 부처 간 칸막이 해소가 절실한데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타 부처의 사업이 중기부로 일원화될 경우 해당 부처의 예산은 줄어든다. 예산이 줄면 해당 인력 역시 구조조정 할 수밖에 없는 게 현 정부 조직의 구조다. 당연히 해당 부처에선 중소기업 관련 사업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평가 기능을 중기부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 주요 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평가는 기재부 등 타 부처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부처 간 칸막이도 문제지만 지자체는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지자체는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과연 중기부가 지자체가 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사업들을 총괄조정하고 평가까지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 부처와의 업무조율을 위해 조직개편도 필요하지 않나.

▲노민선=중소기업 정책과 소상공인 정책을 구분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상공인의 비중이 거의 90%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다. 중소기업 지원은 혁신 촉진을 통해 성장사다리를 구축하는 정책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뿌려주기식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소상공인청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고대진=중소기업 정책은 보다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악마도 천사도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다. 400만개에 가까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제조, 서비스, 소공인, 영세자영업자 등으로 다양화되어 있는데 중소기업정책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부류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그에 맞게 중기부 조직도 일부 개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정리= [email protected]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