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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2~3억 호가 급등...단속에 문 걸어잠근 여의도 부동산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2 15:27

수정 2018.08.12 15:27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자 여의도 일대 아파트가 개발 기대감에 호가가 1~2억원 오르며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자 여의도 일대 아파트가 개발 기대감에 호가가 1~2억원 오르며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서울시에서 개발 계획 발표해 놓고 아파트 가격 오르는게 공인중개업소 탓입니까. 단속 나와서 털면 먼지 안 날리 없으니까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거죠." (여의도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거래는 없어도 집 주인들이 호가는 벌써 1~2억원을 높게 부르고 있어요. 원래 거래가 많은 지역은 아닌데 상승 기대감에 일단 매물을 거두는 것 같아요." (여의도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째인 지난 10일,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때 아닌 단속 된서리에 문을 걸어 잠갔다. 거래 없이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물건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호가는 2~3억원 가량 뛰었다.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합개발(마스터플랜)'을 최근 집값 상승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용산구는 강남권 일대와 집값 움직임을 나란히 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당분간 이 일대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부동산 임시 휴업
지난주 금요일인 10일 오후 3시께 수정, 한양, 삼부, 장미 아파트 등이 밀집한 여의도 국제금융로7길의 부동산은 설이나 추석을 방불케 했다. 길을 따라 늘어선 10여개가 넘는 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 잠그거나, '외출 중' 안내 문을 걸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 중개 업소는 사무소 안에 사람이 있었지만 노크를 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중개업소 번호로 전화를 걸자 그제서야 전화를 받은 한 공인중개 업자는 "박원순 시장 개발 계획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왜 부동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정부 개발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똑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실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7일 용산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업소 단속을 진행했다. 중개업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 응대를 하며 손님과 단속반과 눈치 싸움을 하고 있었다.

박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단속에 나섰는데 박원순 시장이 용산, 여의도 개발을 발표하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서울이 국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의도 등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로) 개발 하려고 했던 지역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 사회 개발 등을 위주로 한 박 시장의 정책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용산 호가 급상승 중
여의도와 용산 아파트는 개발 기대감으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지만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여의도 한 공인중개 업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딱 하나 나온 물건이 대교 아파트 10층, 20평형대 아파트로 14억원"이라고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10층 95.5㎡(27평)는 올 1월 10억5000만원에 거래 됐고, 올 5월까지만 해도 동일 면적이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 상으로 2억7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 업자는 "여의나루역 인근 목화 아파트 95.5㎡(27평)가 13억5000만원에 나왔고 전세는 3억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동일 평형 목화아파트는 국토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10억5000만원, 5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약 1km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아파트의 거래가와 호가는 거의 일치했다.

용산 역시 개발 기대감에 매수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다. 실제 이촌동 현대한강 전용 84㎡는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신고가에 거래됐다.
같은 달 용산시티파크 1단지’ 전용 116㎡도 올해 최고가인 15억7000만원에 팔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박 시장의 마스터플랜 발표에 따른 기대감에 안그래도 관심이 높았던 용산과 여의도가 재주목 받는 상황"이라면서 "(기대감에)올 하반기에는 이 일대 아파트값의 호가가 더 오르면서 매매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높은 호가에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실제 가격도 더욱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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